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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 그 빛나는 침묵의 노래)

금혜경 (지은이)
사진예술사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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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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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토기 (토기, 그 빛나는 침묵의 노래)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88987648729
· 쪽수 : 135쪽
· 출판일 : 2019-04-10

목차

* PART 1 '의지적 몽상'은 우리의 시선을 하늘로 이끈다.
* PART 2 선과 볼륨의 에로티즘; 남성적 몽상의 힘.
* PART 3 선과 볼륨의 에로티즘; 여성적 몽상의 힘.
* PART 4 부분은 전체보다 더 크다.

저자소개

금혜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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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서문 :

벚꽃잎 흩날리던 날
영원한 그리움 안겨주시고
슬픔 덮어주시려고
벙그는 꽃에
향기 가득 채워 놓고
이생의 깊고 넓은 강을 건너가신
아버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평론 :

우주의 옆모습

- 심재상(시인·가톨릭관동대 교수)

일찍이 파스칼이 말했었다.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은 나를 두렵게 한다.”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 끝끝내 자신의 침묵 속에 잠겨 있는 우주의 그 압도적인 신비.... 물론 우리 현대인도 칠흑 같은 어둠 앞에선, 캄캄한 밤엔 두려움에 휩싸이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본질적으로 제거될 수 있는 두려움, 불이 밝혀지거나 아침해가 뜨면 깨끗이 사라지게 될 두려움이다. 파스칼을 두렵게 한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끝끝내 다 밝혀낼 수 없어 보이는 우주적 어둠 그 자체, 그 무엇으로도 절대로 깨뜨릴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우주적 침묵 그 자체였다. 그 어둠과 그 침묵이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듯이, 그 거대하고 깊은 세계 앞에서 한없이 미미한 인간존재로서 그가 맛본 경외감 섞인 두려움도 지극히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감정이었다.

근대의 시작과 더불어 인류가 조금씩 조금씩 잃어버리게 된 것, 결국 우리 현대인이 결정적으로 잃어버리고 만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우주적 차원의 사유 능력, 우주적 상상력일 것이다. 그 점에선 예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달리를 끝으로 현대회화가 ‘총체적인 세계비전’을 상실했다고 우울하게 진단하는 미술사가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아예 ‘비전의 상실’이야말로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문예비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과 테크놀로지 덕분에 누릴 수 있게 된 엄청난 풍요와 자유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바로 그것들 때문에, 우리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天圓地方)”는 범박한 말 속에 담겨있는 옛사람들의 스케일 큰 통찰력을 고스란히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에 실리게 될 금혜경의 사진작품들을 처음 보고났을 때, 일차적으로 나를 휩싼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모양과 형태를 넘어 결과 질감에 이르기까지 그 사진들이 담아내고 있는 것들은 내가 이미 숱하게 보아온 어떤 사진들, 예를 들면 나사(NASA)의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들에 담긴 광대한 우주 저편의 항성과 행성들을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압도적인 어둠-침묵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자신의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잠겨있는 신비로운 구체의 옆얼굴....
드디어 지구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던 최초의 인간, 지구 궤도에 올라 저 아래 지구를 굽어볼 수 있었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남긴 그 유명한 말 “하늘은 검고, 지구는 푸르다”를 40여년 전에 깨끗하게 선취(先取)하고 있는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지구는 오렌지처럼 푸르다”는 놀라운 싯구와 대면했을 때와 비슷한 강렬한 전율과 경탄이 나를 꿰뚫고 지나갔다.

다시 말해서, 그의 사진작품들은, 위대한 상상력 이론가인 바슐라르가 <대지와 의지의 몽상>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려 했던 인간의 ‘의지적 몽상’의 더없이 생생한 결과물들, 아주 좋은 실례들로 내게 다가온다. 진흙이나 찰흙을 주무르는 손의 감각이 일깨우는 우리의 상상력, 그 상상력이 깊은 몽상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며 하나하나 차례로 구현해내는 것들--- 바슐라르의 용어를 쓴다면 형태적 상상력의 단계를 지나, 물질적 상상력의 단계를 지나 원형적 상상력의 차원에까지 도달한 듯싶은 이미지들이 거기 소복하게 모여 있다. 옛 토기들을 바짝 당겨 찍은 그 흑백의 사진 이미지들은 하나같이 정녕 원형적이고, 바로 그래서 인류학적이며 또한 우주적이다(그 토기들이 이조백자나 상감청자처럼 고도로 양식화된 형식미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특성들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구현된다. 이를테면 백자나 청자가 ‘완벽한 진주’라는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존재들이라면, 토기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바로크적 가치의 구현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자유로운 제작과정을 통해, 필경은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용도로 사용될 토기들을 빚어내면서 토공들이 자신의 깊어져가는 몽상이 이끄는대로, (의식의 차원에선) 대범하게 그리고 동시에 (무의식의 차원에선) 꼼꼼하게 새겨넣은 단순한 문양들과 패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소우주. 그리고 그 소우주의 옆얼굴들.... 그 사진들이 담아내고 있는 그 단단한 표정들은 대지적 인간의 ‘의지적 몽상’이 단단하게 뭉쳐낸 위대한 결정체, 연금술사 인간이 자신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바꾸어낸 보석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즉물주의적이라고 불러도 좋을만치 절제된 응시적 시선의 힘을 보여주는 그의 사진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를 그런 우주적 몽상의 현장으로 안내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진들은 그 토기들이 머금고 있는 우주적 침묵의 언어를, 우주적 침묵이 뿜어내는 그 나직하면서도 단단하고 힘찬 기운들을, 그 신비로운 입김들을 고요하게 이미지화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깊고 풍요로운 우주적 몽상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아이에게
우주는 그의 엄청난 식욕과 맞먹는 것.
아! 호롱불에 비춰보는 세계는 얼마나 크던가!
- 샤를르 보들레르,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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