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 있구나

시인의 말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서
4월의 세한도
낙지를 먹다보면 바다 앓는 소리가 들린다
죽림에 가면 진 집 한 채가 있다
봄
수제비를 먹다보면 수제비 점괘가 치고 싶어진다
그 해 겨울바다에서
아궁이를 지피며
불갑사 소쩍새
매실주
개나리 피면
매화꽃이 날리는 산문에는 꽃무덤이 있다
억새는 자석을 품고 산다
해당화
둥지 안에 갇힌 봄
봄비
갈대 1
갈대 2
봄 밤
길마재엔 늘 꽃비가 내린다
황매새 철쭉
자운영 피는 뜻은
보리밭
등나무 1
등나무 2
고추잠자리
항구
보리피리
신기루
봄
개똥벌레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그리운 사람이 있다
백련사 동백꽃
연어
복숭아
조팝나무
까치
오메! 저 으멍한 바람
쓸쓸함에 대하여
수몰마을
할머니의 무명옷에선 늘 막걸리 냄새가 났다
청학동
쑥
서울대공원 타조의 눈 속엔 아프리카가 있다
뗑감
해바라기
보리암
선운사의 고독
꽂꽂이를 할 때 나는 늘 장미 울에 갇히는 꿈을 꾼다
양수리 가는 길
진주조개
안개 속의 동행
시인
잉태
항구에 들다
등대
봄의 남산 숲엔 남사당 놀이가 있다
안락사
기다림에 대하여
신경일기
그 저녁 무렵의 기억
이별 연습
파장
호박씨를 깠다
술래잡기
감자
트럭은 사라졌다

해설: 순결한 시 의식의 초경/오윤호

하얀 목련 멍그는 소리
그 위로 나비 내려앉는 소리
물고기 한 마리 힘차게 여울목 튀어 오르는 소리
비둘기 국대는 소리
빨랫줄에 광목 펄럭이는 소리
대나무 우듬지 휘어지는 소리
갓난 아이 우는 소리
나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이는 소리
한반도에 꽃 피는 소리
피리 소리
('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