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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492838
· 쪽수 : 135쪽
책 소개
목차
1부
지독한 힘
빛무덤
화려한 반란
짝짝이가 하나를 이룬다
의자를 고치다가
뜨거운 암전
티티새의 전설
가시나무
품
순간의 빛
사라진 신발
콩깍지
물을 준다는 것
저물녘
무늬는 제 몸이 없다
2부
상처에 대한 다른 생각
숨은 명령
내가 없는 곳에 내가 서서
힘에는 무게가 없다
꽃 사주
지도
낙지부인의 하소연
벚꽃 잎을 쓸면서
멈춰버린 시계
새 한 마리 날다
정적(靜寂)은 신의 말이다
빗소리는 다 다르다
남광주 국밥집
어떤 엽서
너에게 가는 길에는 이름이 있다
계단을 오르며
3부
낯선 신발과 함께
기울임에 대하여
대립이 세상을 구성한다
번짐에 대하여
관계
거울
옷
우의
도시의 야경
익숙한 미래 속으로
부드러운 힘
결혼(結婚飛行)
어떤 시간
종자들의 지론
나무의 세제곱센티미터
4부
산, 수유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에 대하여
꽃눈의 뿌리는 기억이다
겨울 냇가에서
섬진강
뱀과 언니, 그리고 나
뭐 어때?
말을 빚는다고 하지만
초록 발효
뿌리와 가지
한로(寒露)
웃고 있는 마네킹
점검 중
딸깍 다리
한 마리 물고기가 되다
해설 | 이원론을 넘어서는 여성적 살림과 삶에 대한 사랑 | 오철수 | 29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독한 힘
뒷산을 오르다 본다
봉분들 위로
올망졸망 피어나는 아기별꽃들,
진통이 시작됐다
구구구구 멧비둘기의 신호로
산파를 찾아 재빠르게 뛰어가는 청설모
자진모리로 감겨드는 허리의 통증으로
딱 죽을 만큼 뒤틀릴 때마다
그녀의 발은
늘 흙투성이 맨발이다
울퉁불퉁 불거진 발등에 걸려
때깔 좋은 햇살이 넘어진다
우지끈, 입술 깨무는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바쁘고
자잘한 돌멩이들이 땀처럼 비탈을 구른다
온 산이 들썩인다
낯선 신발과 함께
아무리 찾아봐도 내 신발이 없다
식당 안, 남아 있는 누군가의 신발 한 켤레
가만히 발 집어넣어 보는데
남모를 생이 기록된 이 신발은 도통 낯설다
몇 걸음 걸어보지만
모양도 크기도 다른 시간
자꾸만 벗겨져 헛발을 짚는다
오랫동안 잊고 살던 내 발의
생김새와 버릇이 떠오른다
신발 속에는 그 사람의 굴곡이 있다
서로를 맞춰간 침목 같은 시간으로
동행이 되어준 신발,
발을 꼼지락거려보니
내 발만 놀고 있는 것인데
낯선 신발의 완고함은
내 걸음마저도 바꾸려고 한다
관계
1.
새 한 마리 갈대 위에
앉아 있다, 튕겨오를 수 있을 만큼의
휘어짐을 딛고
잠시 재잘거리다가
푸드득, 날아오른다
새의 무게만큼
굽어지는 생
순간 흔들리다가
탄력으로 다시 팽팽히 서는
갈대, 저 푸른 힘
2.
활짝 핀 선홍색 꽃 위로
날아든 나비 한 마리
여린 꽃잎 가장자리
사알짝 발끝으로 밟는다
상처를 염려하며
조심조심 내딛는
발가락의 힘이 눈부시다
저, 저것 좀 봐
꿀을 빠는 나비의 입을 따라
파르르 떨며 확확 달아오르는
꽃, 꽃잎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