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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1803242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24-04-25
책 소개
목차
서장 I의 비극…007
1장 가벼운 비…013
2장 얕은 저수지…091
3장 무거운 책…131
4장 검은 석쇠…183
5장 깊은 늪…265
6장 흰 불상…297
종장 I의 희극…377
리뷰
책속에서
목제 배를 보존하기 위해 썩은 목재를 교체한다. 노를 바꾸고, 돛대를 바꾸고, 배 밑바닥까지 뜯어내 바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윽고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을 때, 그것은 원래 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황폐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서서 그런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 마을은 6년 전에 유령 마을이 되었다. 농지는 다소 남아 있고, 땅 주인 몇몇이 시내에 살면서 가끔 농작물을 관리하러 오긴 하지만, 주민은 없다. 일찍이 이 고지대에서는 탐스럽게 여문 벼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내려다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에 논이었던 네모난 땅을 생명력이 강한 잡초가 마구잡이로 뒤덮은 모습이 보일 뿐이다. 무너진 헛간, 갈라진 아스팔트, 버려진 수레, 메마른 저수지……. 이 마을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 난하카마 시 미노이시를 재생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죽은 마을에 이주민을 불러 모아 이 땅에 정착하도록 돕기 위한 여러 조례가 제정되었고, 그에 따라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하여 다시 이 마을에 결실이 맺힌다고 해서 미노이시가 되살아났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옆집 말인데요.”
“아쿠쓰 씨 말인가요?”
“그랬었나요. 아니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아무튼 민폐라서!”
거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불이 붙은 듯 그는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녁부터 마당에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해요. 그것도 일반적인 소동이 아니에요. 모닥불을 피우고 스피커를 꺼내와서는 영문을 모르는 음악을 주야장천 트는 거예요. 대략 5시 정도부터 한밤중까지요. 믿어지나요? 하루 이틀 정도야 집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 그래요.”
말을 꺼낸 구노 씨의 얼굴은 금세 뻘겋게 달아올랐다.
“제일 화가 나는 게 본인들은 음악 같은 걸 별로 듣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심지어는 불도 제대로 끄지 않는다고요. 그렇게 놀다가 그 바보처럼 큰 차를 타고 어디론가 나가버립니다. 음악을 끄지도 않고요! 단 두 가족만 살고 있는 터라 가능한 한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내도 이제 한계입니다. 부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머리라도 싸쥐고 싶었다. 현기증마저 느꼈다. 첫인상만 보건대 아쿠쓰 씨는 보통 사람이라 판단되었다. 시청에 근무하다 보면 딱 보자마자 이 사람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과도 자주 접한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아쿠쓰 씨의 언행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하지만 구노 씨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반대로, 만약 구노 씨의 말이 과장된 것이고 아쿠쓰 씨의 ‘음악’이 상식적인 것이라면, 구노 씨는 사소한 일로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어느 쪽이든 좋은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