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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한국희곡
· ISBN : 9788990699060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0. 작가 서문 5
1. 해를 쏜 소년 9
2. 400년 전 편지 77
3.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 145
4. 여자의 아침 209
5. 불면 251
6. 중독자들 299
부 록
1. 알면 더 가까워지는 선욱현 55배 즐기기 - 최원종 336
2. 2011년 최신판 선욱현 사전 - 차근호 340
3. 작가 연보 349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영신 고보 시절부터 난 신성 동요회 회원이었어. 동요회 선생님들과 친분이 있던 윤일남 부장님을 그때 우연히 알게 됐지. 그 분이 언젠가 사석에서 선생님들과 이 단파방송 얘기를 하시는 거야. 순간 난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몰라. 미국의 소리, VOA 단파방송 얘기를 듣던 날, 그날 밤, 난 잠을 이루지 못했어. 식은땀까지 흘리며 사시나무 떨 듯 공포에 휩싸였어. 왠 줄 알아? 그것은 내가 배웠던,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니었거든. 너무 낯설었고 너무 무서웠어. 그 충격, 알겠어? 조선이 독립된다는 그 얘기를 듣고, 난 기뻤던 게 아니라, 무서워했다구! 무서웠어!
구로다 일본이 패망한다고?
오영신 (조심스럽게) 그래야지 않니? 내 말이 틀렸어? 연합국 수뇌들도 카이로에서 그런 선언을 했대. 우리 조선을 적당한 시기에 독립 시켜야 한다고.
구로다 사대주의 근성이야. 그들이 우리를 독립시켜 주길 바라는 거야?
오영신 그럼 우린 계속 일본인으로 살아야 하니? 이렇게 조선말을 하면서?
구로다 일본이 항복을 한다? 죽었던 조선이 다시 독립을 하구? (사이) 그럼 난?
오영신 뭐?
구로다 (쓴 웃음) 그럼 구로다 겐시로, 나는 뭐야?
오영신 … 민규야. 어려서부터 내가 너 좋아했던 거 알지? 커서 널 또 만났지만 지금도 나 그래. 민규 너를 미워할 수 없어.
구로다 (오영신을 본다) 지금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오영신 뭐라구?
구로다 니 말대로라면 난? (사이) 수많은 친구들에게 나와 함께 전장터로 나가 영광스럽게 죽자고 한 나, 조민규가 아니라, 이 구로다 겐시로는 뭐가 되고? 일본이 망한다고? 그럴 수 없어. 또 그래서도 안 돼! 나를 위해서! 넌 사대주의에 젖어서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는 거야. 이제 곧 전장터로 나갈 내게 뭐? 일본이 곧 망한다고? 그런 얘기할 거라면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의미 있게) 아니!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날 수도 없을 거야.
오영신 민규야… 널 이렇게 보낼 순 없어.
구로다 왜? 전혀 그럴 이유가 없을텐데?
오영신 날 봐. 조민규…!
구로다 (돌아선다) 조민규는 죽었고 또 구로다 겐시로도 머지않아 죽을 거야. 하지만 달라.(사이) 조민규는 나라 때문에 죽었지만, 구로다 겐시로는 나라를 위해 죽는다. (나간다)
텅 빈 무대에 오영신만이 덩그라이 남았다.
오영신 내가 정말 허망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런 거니? (주변엔 아무도 없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