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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미국여행 > 미국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0926579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2-07-1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균수명의 반을 살아온 지금, 남은 반이 걱정되어 하루가 피곤하다. 사진을 시작하고 요즘처럼 복잡한 마음과 공허함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사진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올렸다. 집과 일상, 사진과 일에서 멀어져 근본적인 마음을 흔들어 보고 싶다. 익숙한 일상에서 멀어져야 가능하므로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플로리다가 떠올랐다.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와 완벽한 날씨, 여유로운 산책과 익숙한 바다를 찾을 수 있는 곳.
얼마나 떠날 수 있을지 기약도 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 올랐다. 며칠이 될지,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몰랐다. 그저 내가 ‘카메라를 두고 떠나는 일이 가능할지’만 궁금했다.
카메라를 두고 떠나는 날, 늘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져 어색하다. 꼭 지갑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총도 없이 전쟁에 나가는 기분이 든다. 카메라가 없는데 혹시라도 눈앞에서 찍어야 될 장면을 볼 것 같아 불안하다.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Fort Lauderdale)에 내리자마자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찾았다. ‘카메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감했다. 순간, 로밍도 하지 않아 바보가 된 아이폰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곧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를 두고 떠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카메라 한 대를 주머니에 넣고 온 셈이었다.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현대 비평의 스타인 롤랑 바르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여행 안내서를 보면 이상할 지경으로 지루하고 쓸데없는 것에만 관련된 어휘로 채워져 있다. 이를 테면 세관, 우편물, 호텔, 의사, 가격 등이다. 그렇다면 여행이란 무엇인가? 만남이다. 만남에 대한 어휘만이 가치가 있다.”
나는 ‘旅行’이라는 최면을 걸고 끝없이 달린다.
만남에 대한 어휘… 여행에서 만나는 것, ‘만남의 가치’로 채워지는 여행, 사람, 문화, 낯선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