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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일본여행 > 일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2448079
· 쪽수 : 285쪽
· 출판일 : 2009-10-09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지은이의 말
프롤로그 - 드디어 집을 떠나다
1부 시모노세키에서 도쿄까지
1일째 돌아갈까?
2일째 신사 옆은 무서워요
3일째 시모노세키로 돌아가세요!
4일째 무서운 아이들
5일째 수줍게 다가온 시네마 현 감바떼 청년
6일째 돗토리 현 한일우호교류공원
7일째 빗속의 야간 라이딩
8일째 다이죠브? 오, 쌍큐!
9일째 만주까지 일본이라니
10일째 운이 좋아 타박상
11일째 일본 템플 스테이
12일째 조선학교에서 새로 느낀 분단
13일째 이런 내가 자랑스러워
14일째 불친절한 1번 국도
15일째 아득한 오르막, 하코네
16일째 드디어 도쿄다!
2부 도쿄 자전거 여행
17일째 일상
18일째 나 이거 먹어도 돼?
19일째 신주쿠에서 지음을 만나다
20일째 약탈 문화재
21일째 포식 혹은 폭식
22일째 좋지 않은 기억, 야스쿠니 신사
23일째 일본이라서, 일본이니까!
24일째 자전거는 안 돼!
3부 볼 것 많은 간사이 여행
25일째 원폭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는 히로시마 할머니
26일째 오테라 오테라 오테라, 진자 진자 진자
27일째 한국어는 어려워요
28일째 오사카에 살아 있는 백제의 숨결
29일째 나라에서 맺은 인연
30일째 반짝반짝 오사카 야경
31일째 영사님, 고맙습니다!
4부 성신교린을 꿈꾸며: 시코쿠, 큐슈 그리고 대마도
32일째 완벽하게 준비된 여행은 없다
33일째 추우면 서럽더라
34일째 펑크 나서 좋은 점
35일째 아시아, 태평양은 찍었으니
36일째 참을 수 없는 홍시의 유혹
37일째 미치노에키에서
38일째 사실은 한국인이에요
39일째 저 멀리 부산이 보인다
40일째 시골 학교 할로윈 파티
41일째 성신교린을 꿈꾸며
에필로그 - 여행을 마치고
부록 - 일본 자전거 여행을 위해 알아 둘 것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득한 오르막, 하코네!
긴 오르막을 오를 때면 몇 개의 심리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처음엔 의욕이 앞선다. 내가 널 정복하겠어! 내가 못 올라갈까 봐?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길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고 새로운 언덕은 계속 출현한다. … 생각했던 것보다 긴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차츰 깨닫게 되면서 오기가 발동한다. 처음의 의욕과는 다른 단계다. 의욕은 긍정적인 힘이 많이 작용하지만 오기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다. 단순한 길에 대한 원망일 수도 있고, 엄청나게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 길을 선택한 자신의 무모함에 대한 원망일 수도 있다. 일본의 화산활동과 지각변동을 원망할 수도 있다. 오기가 발동하면 의식적으로 힘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독기를 품어도 길은 쉬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 단계는 깡이다. … 깡은 오기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오기가 어느 정도 의식적인 발로라면, 깡은 좀 더 원초적인, 무의식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힘이다. 몸은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정신적으로는 꼭 해내야 할 것만 같을 때, 그때 어디선가 깡이 생기기 시작한다. 몇 시간째 페달을 밟는 바로 지금처럼! 오늘 기필코 하코네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 하나가 온몸의 근육을 일으켜 세우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문다. 깡으로 버티는 단계가 지나면… 자연스레 그분이 오신다. 초탈하는 경지.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올라갈 뿐이다. 의욕, 오기, 깡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눈앞에 길이 있고 페달을 밟을 뿐이다. 생각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힘을 덜 들이고 갈 수 있을까도 생각지 않는다. 그런 방법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그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내가 얼마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구나’ 하고 깨닫는다. 나도 모르게 명상 아닌 명상을 한 셈이다.
<아득한 오르막, 하코네> 중에서
조선학교에서 새로 느낀 분단
기후 조선학교에 도착했다.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조선학교. … 교무실에서 선생님 한 분이 나오셨다. 얼마 만에 듣고 쓰는 우리말인가. 내 소개를 했다. 선생님은 내 여행 이야기를 듣고 옆에 있던 아저씨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민족은 여성이 참 대단하지요?”
아저씨가 익살스럽게 얼굴을 찌푸리며 받으셨다. “남자는 볼 거 없어.”
두 분 농담에 웃으면서 학교 구경을 시작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한글로 쓴 게시판이 보였다. 몇 분 사이에 집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조선학교는 50~60년 전 재일동포들이 아이들이 민족을 잊어선 안 된다는 뜻에서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북한의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요즘에는 뜻 있는 남한 분들이 돕고 있다고 했다. 일본 각지에 조선학교가 있는데 학생 수는 많지 않다. 일본 사회에 동화되어 그냥 일본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동포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아이들도 한국어를 거의 모르다가 학교에 와서 배운다고 한다. …
교실을 둘러보면서 학교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건물도 너무 낡았고 도서관엔 책도 없다. 그나마도 얼마 전
에 한국 어느 단체에서 몇 백 권을 기증해준 거라고 한다. 운동회를 준비하는 아이들 모습은 해맑은데 내 마음에 구름이 껴서인지 안쓰럽게만 보인다. 복도 게시판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다. 상황별 회화를 만들어 놓았는데 “꺼져”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 학교 게시판에 ‘꺼져’라는 표현이 적혀 있네요.”
“응, 아이들이 책으로만 언어를 배우면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을 못 익히잖아. 이건 아주 순간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거니까 알아둬야 해.”
어떤 교실의 게시판에는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가 붙어 있었다. 아직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일번지’라고 적혀 있기에 새로 바뀐 가사를 알려 드렸다. “요즘은 가사가 바뀌었어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로요. 그리고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 땅’도요.”
“오, 그래? 바꿔놔야겠구나. <조선학교에서 새로 느낀 분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