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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2844642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1-09-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잖아요. 특히 내 머리는 되게 빨리 자라요.”
할머니가 완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케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말을 이었다.
“난 그동안 항상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 해 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하고 다녔고, 말도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 했어요. 텔레비전도 다른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봤어요. 학교에서도 그랬고, 공부방에서도요. 집에서도 그랬어요. 난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번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차피 머리를 잘라야 한다면 머리라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케티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럼, 할 수 없지. 하지만 네 엄마한테 먼저 물어보기는 해야 할 것 같다.”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 돼요!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주세요.”
케티가 소리쳤다.
“그럼 책임도 네가 질 거야?”
할머니가 물었다.
케티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할머니가 일어섰다.
케티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 머리 모양으로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를 그렇게 하고 나가는 게 닭 볏 머리를 하고 다니는 것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끌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다시 자라니까 괜찮았다. 그래도 마음이 무겁기는 했다. 분노와 슬픔이 뒤엉켜 묘한 기분이 되었다.
어린아이는 아무 힘도 없다고 케티는 생각했다. 어린아이니까 뭐든지 참아야 한다. 아직 작고, 힘이 없기 때문에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가위를 들고 와 머리를 싹둑 잘라 버리는 것도 참아야 한다. 어른들은 권력을 휘두르고, 어린이는 복종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누군가 가위를 들고 와 빨간색으로 염색한 엄마의 앞머리를 싹둑 잘랐다면 엄마는 그 사람을 경찰에 신고하고, 가위를 들고 그 짓을 한 사람은 교도소에 들어갈 거다. 하지만 케티는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사실은 아직 작고, 힘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더 많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케티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은 다음 티셔츠와 청바지를 다시 입었다. 청바지와 티셔츠에 여기 저기 젖은 얼룩이 보였다. 요란하게 샤워를 하는 동안 욕실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물에 젖었다. 욕실 문가에 내팽개쳐진 가방에도 물이 잔뜩 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