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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20568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09-02
목차
책머리에
1부 초록 숟가락
2부 지금, 아바나에는
3부 엄마는 모두 남양 댁
4부 먼저 간 친구에게
5부 알람브라는 나를 꿈꾸게 한다
6부 문 밖에 서성이는 자들의 슬픔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구나 자기 안 깊은 곳에는 잠재된 상처와 열망이 있지 않을까. 그것을 찾아내 바깥세상과 소통시키는 매개체가 수필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 수필은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 창립 26주년을 맞는 에세이문학작가회가 20호 동인지를 묶었다. 세대가 다른 선후배가 각기 다른 솜씨로 빚어낸 내밀한 이야기들. 그 글 속에 68개 각기 다른 색의 꼬리가 숨어 있다. 과연, 사람의 꼬리는 어떨까 궁금하지 않은가. 《수사자의 꼬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사라진 문으로 언뜻 수사자의 꼬리를 본 것 같은 착각, 상상의 비약이다. 사라져가는 정글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는 사자들이 무리를 지어 인가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쫓겨 가는 그들의 굶주린 모습.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본 그 충격적인 장면이 순간 왜 떠올랐을까. 이미 야성도, 사냥의 긴박함도 찾아볼 수 없는 꼬리는 힘없이 처져 있었다. 그 밤, 슬쩍 유리문 밖으로 빠져나간 수컷의 꼬리에서는 지분 냄새 같은 낯선 비릿함이 감돌았다.
- 이복희의 '수사자의 꼬리' 중에서
슬픔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또한 기쁨을 잃어버렸다는 말도 된다. 기쁨과 슬픔을 모르면 인간이라는 의미가 남아 있을까? 우리가 보낸 언어를 포함한 모든 감정을 내쳤다고 그들을 인간이 아닌 무생물처럼 무덤덤하게 대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이 말을 못해도 과거의 처절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임만빈의 '문밖을 서성이는 자들의 슬픔' 중에서
사람을 노경(老境)에 이르게 하는 게 별일 없이 살아내는 하루하루이듯, 장수의 비방(秘方) 또한 별스럽고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생의 강제 종료 버튼이 눌린 뒤에도 지구라는 행성에 조금 더 머물 수 있게 보장해주는 특단의 보험은 시시때때 쪼개 부어둔 내 삶의 온기, 남은 자들의 세상에 편편이 적립해 둔 살아생전의 공덕, 그 기억의 온도 아닐까.
- 최민자의 '오래 사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