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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342000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08-06-25
책 소개
목차
남도빨치산 1 -후퇴하는 군상
머리말
제1장 후퇴하는 군상
제2장 하나의 구심점으로
제3장 드디어 사령기 오르다
남도빨치산 2 -보복의 회오리
제4장 보복의 회오리
제5장 침공에 맞서서
제6장 자기지역 자체해방
남도빨치산 3 - 산에 핀 진달래꽃
제7장 삼각고지
제8장 무등산 안팎
제9장 아, 화학산
남도빨치산 4 - 그해 여름 백아산
제10장 그해 여름 백아산
제11장 산에서 맞는 8?15
제12장 파송작전
남도빨치산 5 - 불타는 백운산
제13장 제1차 대침공
제14장 불타는 백운산
제15장 수난의 해
남도빨치산 6 - 괴멸
제16장 평화의 외침
제17장 정전으로 가는 길
뒷가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대를 이끌고 유치내산 어귀인 도동에 들어서 보니, 그곳은 완전한 해방구여서 모든 것이 합법 때의 평화로운 정경 그대로였다. 입산자들은 주민들을 거들어 가을걷이를 하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있다. 집집의 처마 밑에 곶감 줄이 발처럼 드리웠고, 남은 감나무마다 가지가 휘게 먹감을 달고 있다. 그저 한적한 산촌일 뿐이다. -1권 62-63쪽
백아산 봉우리들은 하얗게 반짝인다. 그래서 ‘흰갈가마귀산’이라고 불린 듯한데, 인근에 적벽과 서드레바위 등 기암군과 맑게 흐르는 냇물이 어울려 고운 산천을 이룬다. 그래서 선녀들이 놀러 내려왔다가 돌아갈 날을 잊어버렸고, 그들을 데려오라고 보낸 사자들까지 함께 어울려 귀환을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런 설화에 걸맞게, 이 근방에서는 고인돌을 비롯한 고총들이 많이 발견되었고, 이곳저곳 볼 만한 경치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그 옛날 선비나 호족들이 살고 묻히기를 원했던 골다운 데가 역력하다.
그러나 해방 후의 백아산 일대는 그 빼어난 경관과는 사뭇 무관하게 상잔의 유혈이 낭자했다. 그 까닭은 그곳이 차지하는 위치와 그 형국, 그리고 그를 에워싼 군면들의 인민성 때문이다. - 2권 62-63쪽
삼각고지 불탄 자리는 아직 뜨겁다. 그 속을 앙감발을 짚다시피 하면서 시신들을 건져낸다. 새까만 숯이 된 시신은 누구인지조차 분간이 안 갈 만큼 망가졌다. 사지가 타서 뚝뚝 부러져 동강이 난다. 한마디로 끔찍하다.
곡성 군당 성원들이 달려들어 시신 수습에 나선다. 그들은 검장산 쪽에서 대피하면서 제트기가 네이팜탄 공격을 퍼붓는 광경을 목도했다.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 화염방사기가 하늘에서 마구 불을 뿜어대는 것 같았다. - 3권 56쪽
“계절 도망은 못 간다.”
어김없이 찾아든다는 비유로 쓰이는 말이다. 팔자 도망, 나이 도망도 그와 같다고 대꾸삼아 더불어 쓴다.
우리는 계절이 분명한 땅에서 오랜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24절기를 죄다 외지는 못할지라도, 입춘이니 하지니 소한?대한쯤은 꼽아보고 넘어가는 것이 우리네 계절 감각이다.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면 곡식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긴 겨울은 장만한 것을 먹으면서 연명한다. 거의 한 해의 절반은 갇혀서 산다. 북쪽으로 갈수록 그 기간은 더 길다.
자연이 이러하니 숲 또한 그러하다. 봄이면 잎이 피고 가을이면 다 진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이 땅에 잎이 지지 않는 나무는 적고, 태반이 잎이 지는 나무들로 이뤄져있다. 특히 남조선의 숲은 그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이며, 남쪽으로 갈수록 갈잎나무 천지다. 남해안과 도서 지방에 늘푸른넓은잎나무 숲이 조금 띠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산사람들이 웅거하고 있는 남도의 산. 저 불갑산을 비롯해서 화학산?말봉산?모후산?무등산?백아산?백운산 등은 예외 없이 다 잎 지는 나무들로 덮여있다. 더군다나 함부로 불을 질러서, 불에 약한 소나무 종류는 다 타죽고 맹아력이 강한 참나무류만 주로 남아서 비탈과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산사람들은 그런 지표에서 벗어날 수 없다. 4월이면 숲은 아래로부터 싹을 틔우는데, 사람 움직임을 가릴 정도가 되려면 5월이 지나야 된다. 이른바 녹음기라고 하는 시기는 6월에서 10월까지의 기간인데, 11월이면 벌써 숲이 설피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1년의 절반은 잎이 없거나 성긴 상태다. - 5권 7-8쪽
산에 눈이 깔렸다고는 하지만, 워낙 강력한 그 화력 때문에 밤낮을 이어 불길이 번졌다. 온 산이 불붙는 것 같았다. 진입할 때 아예 저항하지 못하게끔 철저히 두들겨놓겠다는 속셈 같았다. 네이팜탄의 위력은 접근을 허락지 않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그때 진상골에는 백운산 지구와 광양 군당 성원들이 거점을 잡고 있었다. 침공 기미를 알아차리고 대피차 골짜기 위쪽으로 올라와 있다가, 이 뜻하지 않은 화공을 받아 심한 손실을 입었다.
이렇게 대량살상 무기까지 동원해서 공격하는 한편, 고성능 확성기로 투항하라고 외치며 무시로 공중 가득 전단을 뿌려댔다. 공세 초기에 생포된 사람들의 사진까지 곁들여, 투항하고 나오면 그들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선전했다.
‘자수증’이란 것까지 만들어 뿌렸다. 그 쪽지를 들고 침공군 초소로 오면 귀순자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 5권 134-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