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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61635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4-02-19
책 소개
목차
1장__제비야 네가 옳다
선천성 그리움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천둥소리
어머니의 의술
푸덕이는 숭어 한 지게 짊어지고
가족사진
제비야 네가 옳다
2장__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찬밥과 어머니
소젖 짜는 기계 만드는 공장에서
셋방살이
어느 해 봄 한없이 맑던 시작과 흐린 끝
장항선
개에 대하여
느티나무
출발
3장__그림자는 그림자만 있다
몸이 많이 아픈 밤
개살구
새소리에 그림자와 외출한 어느 날
동운암에서 보낸 보름
길의 열매 집을 매단 골목길이여
새벽 버스 소리에 잠을 깨다
4장__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쥐
사촌형과 신문
성구 파이팅!
슈퍼비전 속의 달
연필에 새긴 이름
가을 동막리 뻘에서의 하루
한겨울 너구리 생각
5장__자연의 청문회
병상에서의 단상들
그리운 벌
스프링클러
기러기와 시
들국화 부케
나비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 보며
눈은 생명의 단추다
창에 대한 단상들
슬픈 선물
어설퍼서 아름다운 춤
맹모는 억울하다
가을 들판을 거닐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상 위의 음식들은 식어 있었다. 몇 번을 데웠던지 졸고 식은 된장찌개는 짰다. 어머니는 산에 간 두 부자가 달이 떠도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서 오래 전에 마중을 나와 계셨던 것이다. 밥이 식은 시간만큼 어머니도 달빛에 젖어 아버지와 나를 기다리셨던 것이다. 땀에 젖은 옷을 입은 채, 물에 찬밥을 말아 식은 된장국과 장아찌를 먹는 부자를 어머니는 안도의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그날 찬밥이 차려진 밥상에는 기다림이 배어 있었다. 짠 된장국이 다디달아 자꾸 찍어 먹던 밤, 지붕 낮은 우리 집 마당에는 달빛이 곱게 내렸고, 세 식구가 앉아 있는 쪽마루에는 구절초 냄새와 더덕 향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내가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메리야스를 건네자 공장장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내게 건넸다.
“이 기사하고 같이 만년필하고 연필을 샀어. 좋은 시 많이 써.”
나는 공장장과 이 기사와 공장 건물을 뒤돌아보며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좋은 시는 당신들이 내 가슴에 이미 다 써 놓았잖아요. 시인이야 종이에 시를 써 시집을 엮지만, 당신들은 시인의 가슴에 시를 쓰니 진정 시인은 당신들이 아닌가요. 당신들이 만든 착유기가 깨끗한 소젖을 짜 세상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