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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93838138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1-01-01
책 소개
목차
팔파사 카페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기왕 시작한 여행이니만큼 끝까지 해 보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문득 소 발굽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우유를 마시며 자랐다. 그 우유가 내 발이 비틀거리며 걷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들의 방울 소리가 울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 길은 짐꾼들이 칠판을 우리 학교까지 운반하던 길이었다. 똑같은 길이 나를 학교로 데려다 주었고, 학교에서 나는 지식의 창을 들여다보며 문자의 마법을 배웠으며 색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며 꿈꾸는 법을 배웠다. 내 꿈은 이 고독과 이 숲과 이 꽃들, 하늘의 형태를 빚어내는 이 구릉들, 그리고 구릉들이 빚어낸 이 길에서 나왔다. 그토록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돌아왔다.
나는 소녀가 짐꾼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이 반군에게 살해당하고 나서 학교는 문을 닫았어요.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아요. 아이들은 이제 소를 몰아요.”
우리 마을은 미래를 찾고 있었다. 마을은 번영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나는 마을이 번영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이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주고 싶었다. 겨자 밭은 내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이 구릉에서 색깔들을 빌려 왔고 이제 그들에게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고 싶었다. 나는 이 마을의 흙과 바람과 물과 삶과 문화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선물받았다. 줄지어 늘어선 싸그는 직선을 가르쳐 주었고 구릉들은 연필 획을 위로 긋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개울들은 다시 내리긋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등에 메고 있는 도코의 가죽 끈과 농부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테 넓은 모자와 손에 든 낫은 곡선과 원을 가르쳐 주었다. 구릉들의 높이와 골짜기의 깊이는 내게 삶의 본질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이제 커피 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내 그림이 그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내가 아무 편이 아니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나는 내 고향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내가 누구였지? 내 정체성은 내 직업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누가 내 직업을 존중해 주겠는가? 내 그림들이 이 구릉에서 무슨 소용이 있나? 누구도 내 작품을 알지 못했다. 화가로서의 내 정체성은 누구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