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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854831
· 쪽수 : 446쪽
· 출판일 : 2014-09-15
책 소개
목차
남재 형 / 비상권법 / 인연 / 영웅 출현 / 성 여사 / 후목불가조
운명의 장난 / 재판 / 또 다른 음모 / 함정 / 영웅의 죽음
추모, 이어지는 인연들 / 삶과 죽음 사이 / 해후 / 두 제자
사필귀정 / 영웅의 귀환 / 사랑의 딜레마 / 잠복근무 / 일진회
무신 대 챔피언 / 신매국노들 / 슬픔의 바다, 행복의 쪽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날 산 아래 마을을 지나다가 밭에서 일 하는 농부들을 본 형이 큰스님께 말을 걸었다.
“대체 사람은 얼마만큼 가져야 적당하다 하겠습니까?”
그때도 큰스님은 시선을 저 멀리 들판에 둔 채 혼잣말처럼 답을 놓았다.
“남을 위해 쓰려는 자는 그 담는 그릇이 커야 하고, 자신만을 위해 쓰려는 자는 그 그릇이 작야야 하는 게지.”
형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 그릇은 얼마만한 것입니까?”
“이놈아, 네가 언제 보여주기라도 했더냐?”
스승과 제자 간에 가르침과 배움이 이랬다.
그런데 어제 오후 늦게 돌아오신 큰스님은 평소와는 달리 동해에게 먼저 말씀을 걸어오셨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신 후 흐느끼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사람이 길을 잘못 든 것이냐? 길이 사람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냐?”
동해는 영문을 몰라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고 간간히 터져 나오는 큰스님의 울음 섞인 음성이 문틈을 새어나왔다.
비상도가 그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정부에서 친일의 대가로 받은 토지를 환수했으나 그가 정부를 상대로 토지 반환소송을 냈고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되찾아갔기 때문이었다. 한일병탄이 되자 독약을 마시고 자결한 매천 황현 선생은 그의 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내가 죽어야 할 의리가 있는가? 다만 나라에서 선비를 양성한 지 500년인데 나라가 망하는 날에 한 사람도 나라를 위해 죽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 통탄하지 않으리오.’ 매천 선생이 보여준 선비정신이야말로 지금까지 이 나라를 있게 한 힘이었다. 3.1절이나 광복절만 되면 대통령은 연례행사처럼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웃기는 것은, 우리 내부의 친일매국노들조차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노구를 이끌고 일본에까지 가서 농성할 때 이 나라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고, 국회는 말 바꾸기에다 제 밥그릇 싸움으로 연일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다.
상대가 주먹을 내뻗음과 동시에 몸이 뒤로 젖혀진 것과 비상도가 날아오른 것은 선후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찰나의 순간이었다. 챔피언은 주먹을 내뻗는 순간 비상도의 양손에 이중을 찔린 것이다. 급소를 맞은 그가 부르르 떨었다. 날아오른 비상도가 사뿐 내려앉은 것과 동시에 챔피언이 쿵하며 고목 쓰러지듯 앞으로 거꾸러졌다. 넘어진 그의 손아귀엔 찢겨나간 비상도의 두루마기 자락이 쥐어져 있었다. 전광판에 표시된 시간은 정확히 9초였다. 다들 눈으로 지켜보고서도 놀란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대부분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무예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