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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3046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09-09-08
책 소개
목차
Prologue. 마천동 화투선녀
01. 초면의 추억
02. 각목나라 왕자님
03. 병은 그녀에게 약도 그녀에게
04. 비하인드 스토리
05. 동료애 수위 조절 실패
06. 홀로 읊조리는 밀어
07. 스페셜 소화제
08. 부재중 메시지 '길들여지셨습니다.'
09. 퀵스텝, 당신을 향한 경쾌한 질주
10. 마을회관 2인 반상회
11. 스캔들 제작
12. 끝은 곧 시작
13. 바람으로 흥한 자 바람으로 망하노니, 바람 엄금
14. 진정한 끝, 진정한 시작
15. 당신은 나를 살게 하는 힘
Epilogue. 서쪽 귀인 강림하사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춤출래요?”
꼭 한 술 더 뜬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난데없는 소릴 하는 것이다.
“미, 미쳤어요?”
주은이 사색이 되어 차 안으로 들어가려 바동거렸으나 그는 기어코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으아아아아! 이러지 마요. 그만 해, 그만 해!”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우스꽝스럽게 박자까지 세어가며 마구 스텝을 밟는데 정말이지 얼굴이 홀랑 타버릴 만큼 부끄러웠다. 달밤의 체조에도 정도가 있지, 오밤중에 사람 많은 한강변에서 이게 웬 쇼란 말인가!
어떻게든 채헌의 손아귀를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허부적대며 춤을 추는 자신들을 향한,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구경하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더 늘어나서 포위되었다는 생각이 들 즈음. 주은은 체념했다. ‘실컷 갖고 놀다가 제발 제자리에만 돌려놔다오!’라는 심정으로 온몸의 힘을 뺐다.
이 빌어먹을 인간은 처음부터 자신이 감당해낼 수 있는 종자가 아니었다. 괜히 노컨트롤 트리오의 최강자이겠느냔 말이다.
“김주은 씨랑 추는 거, 되게 오랜만이군요. 그렇죠?”
그러자 어느 순간 굉장히 리드미컬하면서도 익숙한 스텝으로 바뀌었다.
“으음, 음음음음…….”
그가 풀어내는 가느다란 허밍이 마치 실제 음악처럼 주은의 귓전에 휘감겨왔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서채헌 씨 때문에 망신당하는 것도 오랜만인 거네요. 대체 이 망신을 어쩔 거야. 내가 정말 동네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
웅얼웅얼 불평하지만 주은도 결국 마지못한 듯 그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주고 만다. 사방팔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주은은 그의 손끝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김주은 씨 당신한테 반했다는 말, 거짓말 아니야.”
채헌이 속삭였다.
“말했었지? 난 이미 모든 계기를 다 찾았다고.”
어째서인지 팔뚝에 보스스 소름이 돋았다.
“김주은 씨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까? 나는 언제든 카운트 시작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어. 오래 서 있게는 하지 말아줘요. 조바심이 나서 계속 기다리지는 못할 것 같아.”
왈츠의 두 번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리프팅 동작. 채헌의 두 손이 주은의 허리를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땅과 멀어지는 간격만큼이나 그녀의 심장도 두둥실 떠올랐다. 주위를 에워싼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아찔한 현기증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