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점

프롤로그
1장~14장
에필로그
작가후기

연욱은 한쪽 손으로 피가 나는 팔을 움켜잡고 엘리베이터로 뛰기 시작했다. 이미 그곳에 권욱은 없었다. 더디게 바뀌는 엘리베이터 전광판의 층수에 연욱은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5층. 4층. 3층. 2층. 1층. 꼬꾸라지려는 몸도 개의치 않고 달렸다. 머리꼭지까지 차는 숨을 누르며 미친 듯이 권욱을 찾았다. 정신없이 돌려지는 시선에 병원 문을 나서는 권욱의 곧은 뒷모습이 잡혔다.
"권욱 씨, 권욱 씨!"
있는 힘껏 그를 불렀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고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연욱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호기심 섞인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문 앞에 멈춰 선 차로 걸어가는 권욱뿐이었다. 두꺼운 유리문을 밀고 나가자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그것도 상관없었다. 접질린 엄지발가락도 상관없이 힘껏 뛰어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잘못했어요. 나 죽으려고 그랬던 거 아니야. 정말이야.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냥 평화로워 보였어. 그 생각만 했는데 보니까 손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 당신을 두고 어떻게 죽어.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상처를 줘. 이제 알아. 당신 상처는 나한테 제일 겁나는 일이야. 무서운 일이야. 그래서 피 막으려고 했어. 근데 어지러워서 그럴 수가 없었던 것뿐이야."
"나를 사랑합니까?"
권욱의 건조하고도 습한 한마디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쉴 새 없이 쏟아내던 연욱의 말을 멈칫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