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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4645629
· 쪽수 : 131쪽
· 출판일 : 2020-11-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자고새가 나는 밀밭
13 시작詩作
14 목탁
16 흘러간 그 노래
18 매향연서梅香戀書
20 스틸녹스 정
22 몽유끽연도夢遊喫煙圖
24 사월
26 송이
28 풍접초風蝶草
30 골리수액骨利樹液
32 혜초선사의 본명
33 몽골초원 스냅
40 물양귀비
42 곡우穀雨
44 영춘永春을 지나며
46 자고새가 나는 밀밭
2부 검은 건반 몇 개만으로
51 사랑이란
52 늦은 아침
54 그리운 통역기
56 매미
58 매향 출두埋香 出頭
60 황송한 족적
62 착화탄着火炭
64 좁쌀알만 한
66 화개花開
68 장자莊子와 석빙고
70 그녀의 정체
72 목성에서 말타기
76 Y
78 향산재響山齋 명命
3부 수평선
85 수평선 ― 첫사랑
86 수평선 ― 적삼
87 수평선 ― 국궁國弓
88 수평선 ― 엘피판
89 수평선 ― 철모
90 수평선 ― 블랙홀
92 수평선 ― 귀향
94 수평선 ― 배변
96 수평선 ― 복사꽃
98 수평선 ― ♂
100 수평선 ― 박바위
102 수평선 ― J
104 수평선 ― 봉황산
106 수평선 ― 학꽁치
108 수평선 ― 오징어
110 수평선 ― 말
112 수평선 ― 갯메꽃
114 해일, 그 이후
작품 해설│김상환
115 말과 사물, 또는 그리움이라는 길별
저자소개
책속에서
목성에서 말타기
1.
날마다 몇 두름씩 말을 훔쳐내어
장물로 파는 무리가 있어
세상은 멈칫멈칫 멈춰서고
달아난 말은 결국 늪에 이르지만
허우적거리며 투레질하는 말을
어찌 나무랄 수 있으랴
갈대 스러진 갯골에 모새달
거세말 걸음새로 겅중겅중 겅중 번져
갈대는 그림자조차 두 번 다시 얼찐거리지 못하고
갈대밭에 이르지 못한 설움이
‘갈대밭’이라는 간판을 달고
짐짓 영업을 하느니
2.
몇 해 전 죽은 말이 뻑뻑
유리창에 코를 문질러댄다
밤새 푸르릉거리다가
이윽고 멎는
뇌성
유골이 된 가슴팍에는
그을음만 자욱하다
3.
마방 친구여, 잊지 마오
기억이 멈추는
행성
낡은 말 몇 마리 토닥여
마필 대여업을 하려면
그대 손결이 꼭 필요한
피안
4.
목성의 연인 이오와 유로파가
말과 어깨를 겯고
저녁 하늘 나직하게 산책하고 있네
그녀들이 샐쭉 눈 흘길 때마다
뭉그적거리는
말
어제는 서쪽으로 두어 걸음 앞선 게 말이었으니
내일쯤은 그녀들이 한발 앞장서겠군
5.
생쥐 떼 같은 대중의 무리가
야간승마에서 돌아오지 않는 지도자를
연호할 때
뭇발길에 채인
말 옆구리에서 배나오는
땀
말아,
네 눈을 들여다보다 문득
너에게 순치되기로 작정한 순간
비로소 눈치챘어
버팅기는 것만이
뾰족한 수가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