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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94963761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13-04-25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복수의 정체성_실비 그뤼스조프
1장 정체성 만들기∥정체성은 새로운 종교인가?_장 클로드 코프만
나는 누구에게 속하는가?_토비 나탕
생체측정: 최선을 위해 아니면 최악을 위해?_얀 르 에가라와의 대담
2장 정체성의 봉인∥정체성의 유년기_올리비에 우데
모두 비슷하고 또 모두 다른 우리의 뇌_카트린 비달
다섯 가지 유형의 자기_에드가르도 D. 카로셀라
3장 뒤죽박죽이 된 정체성들
태어날 때 성별 부여하기: 성 정체성_클레르 N. 페케테
정신분열증적 정신병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_장 가라베
기억과 자아관_마르시알 반 데어 린덴, 클라우디아 라르디
4장 소속과 정체성∥약간의 철학_미셸 세르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는 글 복수複數의 정체성_실비 그뤼스조프
그녀_ 내 얘기 좀 들어봐. 어제 인터넷에서 어느 연구자가 이름이나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다양한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하는 사람에 대해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봤어.
그_ 아마 가능한 일일 거야. 그렇다 해도 생체측정과 그것의 새로운 응용기술들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이 네트워크 안에서 흩어지고 있는 추세잖아.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일은 우리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데 말이지. 나는 그게 두려워.
그녀_ 하지만 내가 알기로 너의 정체성이 홍채iris의 주름이나 손바닥의 정맥으로 요약되지는 않아. 그리고 먼저 ‘정체성’이란 단어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합의를 봐야 하지 않을까. …
그녀_ <르몽드>에서 읽은 훌륭한 기사 하나가 방금 떠올랐는데, 아기는 생후 4개월 이전에 ‘자신에 대한 의식’을 이미
갖고 있을 거라는 내용이었어.
그_ 놀라운 주장이구나. 설마 그 나이에 벌써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거울의 단계, 그리고 이어서 ‘나’라는 말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순간은 훨씬 나중이잖아. 그때 정체성이 탄생되는 게 아닐까?
그녀_ 아주 세게 나오는구나. 그렇다면 너는 두 살 이전에는 우리에게 정체성이 없다는 말이니? 내 생각에는 네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한 개인이 고통을 느끼는 순간부터 자신에 대한 의식, 즉 정체성을 갖게 되는 거야.
정체성은 새로운 종교인가?_장 클로드 코프만
자기 자신과 자신을 구축하는 가치들을 믿어야 할 필요성이 종교적인 것만으로 요약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인생의 의미의 잠금장치나 고정장치로 취할 만하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사회에서 문화 활동, 스포츠 활동, 단체 활동 등 평범한 열정들이 대거 발달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크리스티앙 르 바르Christian Le Bart는 비틀즈의 팬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 팬은 때때로 조롱당하는 듯한 괴로운 느낌을 받긴 했어도 (경건한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지고 자기 우상에게로 향하는) 의미 있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단을 발견하여 그 세계를 진동시키기까지 한다. 현대의 개인은 그 개인을 자기 자신에게로 통합시키고, 그가 거쳐온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에게 활기를 주는 자잘하고 일시적이며 개별적인 믿음들을 증대시킨다. 그럼에도 그는 사회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취약한 상황들에서, 특히 그를 가둬버리고야 말 유일한 믿음의
위험으로부터 호시탐탐 위협당한다. 그 어떤 정체성이든 간에 정체성은 모두 총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정체성은 분명한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종합적인 가치체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에게 속하는가?_토비 나탕
명명백백할 것 같은 범주인 정체성은 그럼에도 명확한 윤곽을 짓기가 불가능하다. 정체성이 끼어들어 있는 이데올로기적 그물망이 그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인종적, 생물학적, 가족적, 심리적, 특이체질적 등등의 정체성. 따라서 어쩌면 계열적 개념이 더 나을 것이므로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도 있다. 나는 프랑스인으로, 체스를 즐기고, 오귀스트 르누아르 고등학교 출신이며, 프랑스 심리학회 회원이고, 브룬디의 부줌부라 로터리클럽의 회원이고, 아보메(Abomey, 배냉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다호메 왕조의 수도. 옮긴이)의 주술사협회 회원이고 등등. 이런 관점에서는 복수이며 불안정적이고, 사는 동안 계속 변하는 정체성들을 묘사하기가 편하다. 마치 그 정체성들이 모두 똑같은 가치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인상기록카드를 떠올리게 하는 제도적인 정체성들의 합류점에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첫 번째 방식이 경찰이나 세관의 일이라면, 소속의 다수성을 고려하는 두 번째 방식은 흘러가는 시간을 담당하는 시평時評 기자의 시선 쪽에 가깝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주창되는 정체성, 그 열렬하고 광분하는 정체성이 세상을 뒤흔들어놓고,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서까지 그 단어와 일치하는 이 정체성(동질성)은 ‘현재의 자기 자신이 된다는 사실과 현재의 자신이 아닌 다른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현재의 그 자신이라고 과연 누가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