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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5691403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05-07-15
책 소개
목차
1. 돈벼락 내리던 날
2. 빨간 디카
3. 북두칠성
4. 바람처럼 불꽃처럼
5. 태초의 점 하나
6. 은혜
7. 안면도의 갈매기
8. 울긴 왜 울어
9. 스토커
10. 탐닉
11. 빨간 엉덩이
12. 남해의 고도
13. 서지프스의 신화
14. 집시와 기타
15. n차원의 세계
16. 숨겨진 불씨
17. 여섯 번째 오디션
18. 거리의 악사들
19. 횡단보도
20. 동강의 봄
21. 환상의 날개
22. 정신적 오르가슴
23. 물망초키스
24. 오색무지개
25. 야수와 불꽃
26. 미완의 악보
27. 일장춘몽
28. 두 개의 풍선
29. 미야의 진실
30. 한 마리 수사마귀
31. 야세미행진곡
- 작가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평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다음 쪽을 펼쳤다. 갑자기 숨이 콱 막혔다. 열한 자리의 아라비아숫자와 세 개의 콤마, 난생처음으로 접해보는 숫자와 부호들의 행렬이 잔액 란을 새카맣게 메우고 있었다. 27,540,001,000-. 너무나도 길고 넓었다. 정신이 멍멍했다. 그것이 돈인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평세는 한동안 넋을 놓고 통장을 들여다보다가 혁대를 끄르고 셔츠를 걷어붙였다.
평세는 허리춤에 차고 온 보자기를 풀어서 한가운데쯤에 통장을 올려놓고, 보자기를 대각선 방향으로 돌돌 말아 타이트하게 쌌다. 보자기에 꽂아온 핀들을 뽑아 통장이 움직이지 않도록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 배꼽 위에 통장이 놓이도록 하여 보자기를 허리에 단단히 동여맸다. 돈이던가? 돈? 열한 자리의 숫자와 세 개의 콤마가 빠르게 반복되는 자막처럼 분주히 머릿속을 미끄러져갔다. 터질 듯 가슴이 펄떡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