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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121299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과거를 추억하는 방법
새들처럼
앵그리버드처럼
미행의 계기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훔쳐보기
초보 미행자
무교동 스타벅스
로맨스는 이제 시작이다
가랑잎 할아버지
숭고한 기다림
ㅇㅆㅂㄲ
관찰일기
못생긴 누나도 때로는 아프다
남편
홍학
개
나는 네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온리유
나에게 너는
그
풋내기 스토커
수제비를 먹고 체한 건 그것이 밀가루인 것과 기분이 아히흥했기 때문이야
양화대교 중심에 서서 소리를 지르다
가슴 달린 남자
나의 결혼식
진아의 일기
결혼
플라시보
인사동 고물상 할머니
썅년
비둘기
추석의 응급실
홍제분식
실버타운
굿바이 스타벅스
점쟁이 할아버지
나의 취향에 반反한 남자들
장미꽃
여승의 초이스
예술가
너무
홍대 우체국
여자들이 카페로 들어온다
6시 3분
인연
은아의 일기
남자들이란!
처음처럼
소설1. - 여인숙
청춘의 문장들
내일은 맑음
너를 찾으려는 시도
여명과 황혼
노장선수의 투혼
백수의 저녁
주인이 정해져 있는 수저
교보문고
봄 파는 여자
동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온갖 재앙이 쏟아졌다. 단축번호 0번이 나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내 이름 옆에 빨간 하트가 붙어 있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이주윤’이라고만 저장해놨어도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간호 이주윤’이었다. 내 이름 밑으로 끝도 없는 전공의 향연이 펼쳐졌다. ‘무용 김민정’, ‘미술 김소현’, ‘문창 한재경’…. 사진첩에는 예쁜 여자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넘쳐났다. (슬프게도 내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가 강남 호스트바 선수라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 비로소 이별을 결심했다.
그녀는 면접이 아닌 관상을 봤다. 하마터면 복채를 주고 나올 뻔했다. 관상을 볼 거면 제대로 봐야지. 아주 선무당 같은 년이다. 그런데 그녀는 모르는 것이 하나있다. 내가 그녀를 면접 봤다는 사실. 면접 초짜일 때야 마냥 떨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면접처럼 쉬운 것도 없었다. 내가 너희 병원에서 일을 해줄까 말까 고민하는 자리이다. 너희 됨됨이가 얼마나 됐는지, 나한테 돈을 얼마나 줄 것인지. 내가 가늠하는 자리지 너희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나는 그 간호부장을 면접에서 탈락시켰다.
생각만 해도 슬프지만 나는 미리 유서를 쓰겠다. 내 장례식은 병원 장례식장이 아닌 타샤의 정원 같은 곳에서 치러주시오. 이왕이면 따뜻한 봄에 죽어서 꽃밭에 꽃이 가득하게 하겠소. 이미 꽃은 많으니 근조 화환은 보내지 않아도 된다오. 근조 화환이 아니라 그대가 왔으면 좋겠소. 부의금 대신에 직접 쓴 편지를 가지고 말이오. 내게 수의 대신 섹시한 랄프로렌 원피스를 입혀주시오. 염습할 때 내 빈약한 가슴을 75C컵으로 부풀려주면 편히 눈 감겠소. 입에는 불린 쌀 대신 커피콩을 넣어주시오. 당신이 내게 안겨주는 것이 당신의 낡은 팬티이건 구멍 난 양말이건 나는 상관없소. 그대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