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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535829
· 쪽수 : 301쪽
책 소개
목차
편집자 서문 한국판 '실화(實話) 파우스트'
1993년판 저자 서문 아내와 딸들이 돌아온다는 것을 믿으며
1 코펜하겐 공항으로 탈출하다
2 죄지은 자가 자유를 되찾다
3 공산주의사상으로 기울어가다
4 아내를 만나다
5 유신반대운동에 빠져들다
6 두 딸이 태어나다
7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배우다
8 독일로 정치 망명하다
9 브레멘에서 박사학위를 받다
10 어둠의 공화국으로 초대받다
11 윤이상으로부터 편지를 받다
12 막다른 골목에 이르다
13 동베를린 북한대사관에 머물다
14 모스크바를 거쳐 평양에 들어가다
15 산장에 남겨지다
16 북한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다
17 환멸이 시작되다
18 초대소를 떠나 평양으로 가다
19 대남방송요원이 되다
20 독일에서의 자유를 몰래 그리다
21 밀봉교육을 받다
22 아내에게 뺨을 맞다
23 평양의 마지막 밤을 보내다
24 귀로에 오르다
25 동베를린에서 열병을 앓다
26 탈출 기회를 탐색하다
27 탈출에 성공하다
28 친구들을 찾아가다
29 아내에게 편지를 쓰다
30 북에 사과문을 쓰다
31 북한 공작원에 전화를 걸다
32 김종한에게 욕을 듣다
33 바닥으로 내려가다
34 독신자 숙소에 살다
35 송두율에 화가 치밀다
36 윤이상에게 질책을 듣다
37 숲을 배회하다
38 윤이상이 아내의 편지를 가져오다
39 윤이상이 아내의 두번째 편지를 가져오다
40 악령의 집을 빠져나오다
41 절망의 끝에 서다
42 조국으로 돌아오다
43 탄원문(歎願文)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잃어버린 딸들, 오혜원 규원!>이 마침내 ‘출국’이라는 영화로 나오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 누구나 서 있는 자리보다 더 높은 곳을 모색하고 지향하는 한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어요. 나는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우격다짐으로 데리고 온 과오에 대해, 어떤 백치도 어떤 눈먼 장님도 저지르지 않을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가 있어요. 그것은 당신이 내 남편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내 사랑하는 딸들이 짐승처럼 박해 받을 망정, 파렴치하고 가증스럽고 저열한 범죄 공모자의 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청순한 사람들을 음모의 희생물로 만드는 역할을 맡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돼요.
자주니 평화니 민족 대단결이니 그럴싸한 간판을 내걸고 사람의 피와 살이 되어야 마땅한 값진 것들로 전쟁 준비를 하느라 탕진하여 이곳 주민들은 허기져 있고 모두들 지쳐있어요. 사회주의라는 것도 아무런 내용물 없는 빈 껍데기나 베 쪼가리처럼 바람에 찢겨 펄럭거리는 허깨비에 불과해요. 무상 교육 제도, 무상 의료 제도 나발을 요란하게 불어대지만 모두가 다 빈 깡통이에요. 의약품도 없는데 무슨 의료 제도예요, 당신, 인민들에게 나눠 줄 볼펜 하나 변변한 거 본 적이 있어요? 사회 보장 제도가 확립되어 있다고 선전해대지만 치사(致死) 노동에 시달리다가 정년퇴직 하면 한 달에 20원씩 받아요. 필터가 달린 담배 한 갑 값이죠. 이런 땅이 지구촌에서 몇이나 되겠어요.
이렇게 살려면 차라리 애들과 함께 죽겠어요. 당신 하나만이라도 빠져 나갈 수 있다면 우리 몫을 살아 줘요. 나는 애들에게 아버지는 바보스러웠지만 훌륭한 아버지였다고 말하겠어요. 혜원 아빠, 당신 떳떳한 인간으로 살다가 죽어야 해요. 올가미에 씌워서 이리저리 끌려 다녀서는 한이 없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나가서 석 달 안에 우리를 이곳에서 빼내 주세요. 그렇게 안 될 때 우리는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잊도록 하세요.
더럽게 살아가는 생명은 존귀하지 않아요. 제발 술 많이 드시지 말고 못난 사람처럼 눈물 흘리지 말아요. 나와 혜원이 규원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마세요. 우리의 몸은 이곳에서 죽겠지만 마음은 살아서 당신의 심장 속에 있겠어요. 백 번 거짓말하다 보면 한 번은 속아 넘어 간다고 보는 대남 사업 방송 기구의 앵무새 방송원 노릇하려고 반평생을 밤잠 설쳐 가며 공부했어요? 아니잖아요. 청순한 젊은이들이 당신으로 인해 이곳으로 유인돼와 치욕스러운 방송원 노릇을 강요당한다면 당신은 죄를 짓는 거예요. 그리고 죽을 때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그 범죄 공모에 절대로 가담해서는 안 돼요.
도망치세요. 우리야 무슨 죄가 있어요. 그래도 죽인다면 죽으면 그만이죠. 하지만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만약 우리를 죽인다면 자기들의 체제가 병약하다는 걸 알리는 거예요. 그러니 함부로 죽이지 못할 거예요. 준이 엄마(송두율의 처)도 민중이 엄마(김종한의 처)도 앙큼한 여자들이에요. 나도 앙큼해져야겠어요. 독기 찬 저주를 독일에서 사는 여자들에게 보내고 싶지만 억제하겠어요. 다시 한 번 부탁해요. 정의를 사랑하는 순결무구한 젊은이들이 대남 공작 기구의 제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추악한 삶은 존귀하지 않아요. 혜원 아빠, 이 말 명심하세요‥‥‥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