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영화 '남영동 1985'의 주인공 김근태 이야기)

방현석 (지은이)
  |  
이야기공작소
2012-11-22
  |  
13,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인터파크 로딩중
11st 로딩중
G마켓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책 정보

· 제목 :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영화 '남영동 1985'의 주인공 김근태 이야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975403
· 쪽수 : 376쪽

책 소개

2003년 '존재의 형식'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방현석이 9년 만에 발표하는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는 2011년 12월 13일 작고한 故 김근태 씨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중간 중간 삽입된 인터뷰 형식의 증언들이 사실감을 준다.

목차

책 머리에 366
프롤로그 369
에필로그 369

저자소개

방현석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울산 출생.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세월』 『사파에서』, 장편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의 왼편』, 산문집 『하노이에 별이 뜨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느낌이 있다. 체포되기 전에도 늘 그랬다. 이번에는 잡혀가겠구나, 하면 어김없이 그랬다. 스물여섯 번 중에 어느 한 번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나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체포는 피하지 않은 것이고,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그 차이도 사실은 차이가 아니다. 나는 지금 꼼짝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다. 겨우 눈동자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에도 나는 여러 번 꼼짝없이 묶인 채 내 운명을 지켜보아야 했다.
아내는 지금 자기가 반드시 나를 일으켜 세울 테니 지켜보라고 당신에게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아니다. 이십육 년 전에는 인재근이 나를 살려낸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싫지만,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내 기억의 편린을 정리하는 것은 이제 내 몫이 아니게 되었다. 어떤 것은 현실 같기도 하고 꿈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 하지 못하게 한 이야기도 있다. 여전히 하지 말아 주기를 바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는 이것도 내 몫이 아니게 된 것 같다.


나는 그 이발소가 싫었다. 목을 아프도록 조여 매는 보자기가 너무 더러웠다. 버짐이 핀 아이들의 머리를 밀었던 바리캉도 싫었다. 뒷머리와 옆머리를 미는 바리캉은 무디기까지 해서 머리칼을 자주 씹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싫은 것이 있었다. 생머리가 빠지는 아픔 때문에 몸을 비틀며 인상을 찡그리면 이발사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 엄살을 부린다며 목덜미를 꽉 눌러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말과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내 목을 잡은 이발사의 손이 주는 느낌은 그것과 아주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 이질감이 아주 싫었다. 손으로 내 목을 누르는 그가 실제로 억누르는 다른 무엇을 나는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했다. 내가 교장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다른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바리캉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화를 냈을 것이다. 더 싫었던 것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이발사가 나를 앉혀 두고 아버지를 속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사람 옆에서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아버지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비굴한 타협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 눈길을 잡아당기는 것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주장하는 아이의 입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목덜미였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조금의 떨림도 없이 그 아이의 미끈한 목젖을 타고 미끄러져 나오는 이 어휘가 내 목에는 가시처럼 걸렸다. 한 끼라도 굶어 보았을까.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반복하는 그 아이들의 ‘결사반대’에 나는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