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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180219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2-11-15
목차
전금희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출간을 축하하며 - 박덕은
첫 시집을 펴내며
祝詩 - 박덕은
祝詩 - 박한실
1장 그립습니다
민들레
베란다 화초
봄
圓
커피잔
·
·
중략
·
·
양귀비
문학에의 노크
찔레꽃
해운대
장대비
2장 우리들의 라일락은 몇 번이나 피고 졌을까
있다면
삶 · 1
삶 · 2
비로소
胎動
·
·
중략
·
·
함지박 안에는
어떤 귀가
반쪽의 하늘 아래서
산과 길
소주 타령
3주 가을은 어디나 빈자리가 없다
회상
강화도
그 연인
눈 오는 겨울밤에
달
·
·
중략
·
·
가을
표류
한 끼 식사 앞에서
초가을 오후
물빛다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랬어
-전금희
아파트 가파른 계단이 나를 밀어냈어
데굴데굴 구르면서 내가 너무 높은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어
쓰레기 봉지가 터져 뭉개진 포로들이 바닥에 와르르 흩어졌어
널브러진 생선 가시가 나를 쏘아보고
지느러미와 터진 창자가 술렁이며 걸어 나오고 있었어
그 순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었어
찢어진 봉지에서 마구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호미날이 되어 있는 손톱 속과
꽃잎처럼 날아서 어딘가로 날고픈 후각을 후벼 파고 있었어
아우성이 서로 엉기어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가고
비닐봉지는 바람 따라 궁시렁대며 혼자 뛰어가고 있었어
층계마다 허리춤을 잡고 도는 만나고 싶지 않은 추억이
걷거나 달리거나 서거나 해도 붙잡아 달랠 수가 없었어
바닥에 바짝 엎드려 허둥대는 여명이 야금야금
내 모습을 몰아 모퉁이로 야멸차게 밀어 버렸어
입구에서 바라보는 거만한 벽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금을 긋고 서서 무뚝뚝함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어
꾸역꾸역 벽을 먹어 치우듯이 당겨 번지는 통곡만이
뒤집힌 하루를 통째로 끌어당기며
닿지 않는 하늘 꼭대기까지 오르고 있었어.
떠다니는 철인
-전금희
연신 차에 치이는 비닐봉지 하나
이른 새벽부터 부풀려져 떠돌며
힘없이 떴다 가라앉았다 한다
전혀 아픈 소리 없이
닥치고 또 닥치는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무서운 속력에 맨몸으로 부딪혀
두둥실 떠오르기만 한다
누군가에게서 이미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라도 한 듯
널브러진 몸매로 쉼 없이 검은 춤을 춘다
바람 삼키다 찢겨지고
머리통에 걸쭉한 피가 묻어나도
속마음은 여전히 쇠심줄이다
부풀었다가 홀쭉해져 꼬부라지면서도
한숨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아파하지 않는 병을 깊이 앓고 있나 보다.
민들레
-전금희
고요 내리는 언덕길에
키 낮은 속말 나르는
푸르른 기지개 켠다
하늘 오르려는 망울들이
오무린 마음 펼쳐 가며
환히 웃는다
목 뺀 그리움은
끈 풀린 꽃바람 따라
한낮을 껴안고 춤을 춘다
높다란 우주가
두 팔 벌린 꽃잎으로 숨어들어
몸을 뉘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