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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7714551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5-10-07
책 소개
목차
첫 번째 나는 왜 여기에 서 있을까? 9
두 번째 운명의 시간 13
세 번째 또 버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18
네 번째 병원 24
다섯 번째 칭찬은 까까로 이어지고 30
여섯 번째 공포의 목줄은 버려지고 38
일곱 번째 드디어 공원에서 뛰어 놀다 46
여덟 번째 눈사람, 눈 강아지 54
아홉 번째 ‘너야. 너’라는 녀석 63
열번 째 물파스 놀이 66
열한 번째 난 천재야 71
열두 번째 홀로서기 77
열세 번째 약물 과다 복용 82
열네 번째 이름 91
열다섯 번째 우산님! 용서해주세요 94
열여섯 번째 목욕 103
열일곱 번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11
열여덟 번째 애벌레로 변신하다 118
열아홉 번째 벌을 서다 127
스무 번째 건망증 때문에 떠난 물놀이 132
스물한 번째 누더기가 된 생일 선물 142
스물두 번째 불효자는 엄마가 만든다 149
스물세 번째 제사를 모시는 개 손주 154
스물네 번째 보복의 끝은 163
스물다섯 번째 내 친구 루비, 루시 171
스물여섯 번째 사랑을 시작한 아빠! 181
스물일곱 번째 남겨진 세 식구 189
스물여덞 번째 누나 195
리뷰
책속에서
첫 번째. 나는 왜 여기에 서 있을까?
가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차들이 쌔앵 쌔앵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곳에서
그렇게, 그렇게 나는 서있었습니다.
온 종일 굶어 허기진 나는 덜덜 떨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살펴보았지만
낯익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낯선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쳤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둑해졌을 때에는
춥고 무서운 마음에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에서 찌잉 소리가 나더니 코가 씰룩거리며 눈물이 나왔고
입에서는 울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낑낑낑 낑낑낑 (목마르고 배고파.)
낑낑낑 낑낑낑 (무서워, 무서워.)
“넌 누구니? 아침에 학교 갈 때 봤는데
지금까지 여기 있었던 거니?”
유일하게 내게 관심을 보여 준 대학생 누나는
울고 있는 나에게
따스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난 그동안의 두려움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와락 안기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한 동안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누나는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내 옆에 놓여 있던 사료 봉투를 가방에 넣고
가로등에 묶인 내 목줄을 풀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 운명의 시간
"제가 키울게요. 불쌍하잖아요. 응 엄마!”
불행하게도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긴 시간을 현관에 서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아빠, 엄마, 누나라고 부르지만 이 날은
눈을 연신 꿈벅꿈벅 거리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남자,
다시 두고 오라고 큰소리로 떠드는 여자,
그리고 날 안고 있는 누나라고 생각했지요.
낯선 상황에 겁에 질려 있던 나는
이 누나에게서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발톱이 빠져라 옷을 움켜잡고 최대한 몸을 밀착시켰습니다.
“오늘은 바람도 불고 밤이 늦었으니 일단 데리고 들어 와라.”
고맙게도 누나가 통 사정 한 덕분에
겨우 집안으로 들어 갈 수가 있었습니다.
끼이잉 끼이잉 (누나! 고마워요.)
물건도 아니고 곰실곰실 살아서 움직이는 나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목청 높이던 엄마가
“휴우~ 모르겠다. 오늘 밤부터 키울 결심 해야지 뭐.”
연신, 쯧쯧 혀를 차며
“우유를 따끈따끈하게 데워 먹여라. 온 종일 굶었을 것 아니냐?”
꽥꽥 소리 지를 때는 언제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하니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인지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상한 것은 따끈한 우유를 먹으면 기운이 솟아야 하는데
오히려 다리에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서러운 마음에 눈에선 눈물이 자꾸 나왔습니다.
오늘 나에게 일어났던
청천벽력 같은 일을 되짚어 생각해보려 애썼으나
눈꺼풀이 스르륵 감겨 생각은커녕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일단 자고 일어나서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야 되겠다.’
거실에 있던 담요 속으로 들어가던 나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며 마구 뒹굴었습니다.
와르르 왈왈 와르르 왈왈 (우와와! 따스해라.)
와르르 왈왈 와르르 왈왈 (우와와! 따뜻해.)
“아이쿠~ 쟤 진정시켜라. 갑자기 왜 저러지?”
“원래 명랑한 성격이었나 봐요.”
“말을 못해서 그렇지 하루 종일 얼마나 기가 막히고 서러웠겠냐?”
“목줄로 묶어 놨기에 다행이지 차가 쌩쌩 달리는 곳인데...”
“울어서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애처롭게 쳐다보던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쯧쯧쯧”
담요를 입에 물고 뛰어 다니다 지친 나는
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네 다리를 쭉 뻗고 꿀잠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또 버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실은 더 자고 싶었으나 시끄러워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오우 너 일어났구나?”
“잘 잤니?”
가족들이 저에게 한 마디씩 인사를 합니다.
“너 오늘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안 그럼 큰일 나.”
“여보 다녀올게요.”
“예”
어제 밤에도
누나는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을 했고
아빠도 들어오게 해주자며 사정 한 것만 봐도 그렇지만
지금도 저 마다 허락 받고 나가는 것을 보면
목소리 큰 엄마가 대장인가 봅니다.
가족들이 북적거릴 때는 괜찮았는데
둘만 남으니 머쓱해져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데
다짜고짜 엄마무릎에 내 머리를 얹고서는
콧등, 귓속을 살피고 온 몸의 털을 들썩거립니다.
심지어
나를 훌러덩 뒤집어 놓고 배, 발바닥까지 살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