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3

저자의 말 ◆ 13
추천의 글 ◆ 19
1 사람들의 가슴에는 구멍이 있다 ◆ 33
2 욕망에 관한 한 절대 양보하지 말라 ◆ 37
3 정신과에서는 사랑보다 욕망이 중요하다 ◆ 40
4 사랑하는 곳에서는 욕망하지 않고,
욕망하는 곳에서는 사랑하지 않는다 ◆ 42
5 심인성 발기부전: 정신분석적 설명과 문학적 설명 ◆ 48
6 욕망은 결핍에서 생긴다 ◆ 54
7 성공하는 순간에 실패한 여자 ◆ 60
8 지독한 사랑 ◆ 67
9 나는 그림자입니다 ◆ 71
10 단 하나의 소원 ◆ 75
11 연인에게는 만남과 이별이 없다 ◆ 79
12 웅성웅성 ◆ 84
13 문장 완성 검사 ◆ 90
14 탯줄에 목이 감겨 있는 남자 ◆ 93
15 환상 여행 ◆ 96
16 환자의 말보다는 입술을 읽어라 ◆ 101
차례
17 강적 할머니 ◆ 103
18 84세 할머니와 손녀 ◆ 110
19 사랑의 고통 ◆ 113
20 자아 고갈 ◆ 121
21 대장 내시경을 겁내는 여자 ◆ 124
22 외로워하지 마라. 너의 곁에는 항상 내가 있다 ◆ 128
23 성냥 쌓기 놀이 ◆ 135
24 첫 사랑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 139
25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 143
26 내가 원하는 건 포근함입니다 ◆ 146
27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되나요? ◆ 150
28 제가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 158
29 위선의 도덕 ◆ 162
30 82세 남편과 53세 아내 이야기 ◆ 167
31 당신과 괜히 결혼했다 ◆ 173
32 유죄판결 ◆ 177
33 부모는 가장 어려운 자녀의 행복만큼 행복하다 ◆ 181
34 79세 할아버지와 81세 할머니 이야기 ◆ 184
35 크로스섹셔널 러브와 롱기투디널 러브 ◆ 191
36 여자의 사랑은 무한하기에 비극적이다 ◆ 195
37 어떻게 사랑이 변합니까? ◆ 199
38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202
39 어머니의 젖가슴을 찾아서 ◆ 205
40 사무라이와 파리 ◆ 212
41 한 노스님의 욕망에 대한 질문 ◆ 215
42 나를 바라보는 시선 ◆ 217
43 피부는 알고 있다 ◆ 222
44 나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 228
45 귀신이 머리에 똥 싼 병이다 ◆ 233
46 남편과 자식 사이 ◆ 238
47 제가 한 선택입니다 ◆ 241
48 벤츠를 선물하겠다는 한 여자 환자 ◆ 243
49 날마다 여자 옷을 벗기는 남자 ◆ 247
50 삶은 마술봉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구질구질하다 ◆ 252
51 갑옷과 투구 ◆ 258
52 가장 성공한 사람 ◆ 261
53 구타 유발자 ◆ 264
54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겠어요? ◆ 270
55 아내의 직업과 결혼한 남자 ◆ 272
56 도대체 그녀 안에는 몇 명의 그녀가 있는가? ◆ 276
57 불행에 이르는 덫 ◆ 279
58 삶은 아웃 포커싱이 아니다 ◆ 282
59 이 부부는 따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 285
60 삐딱하게 꼬인 한 어른아이 ◆ 288
61 언어는 행동한다 ◆ 293
62 죽은 괜찮아요 ◆ 297
63 남편이 내시경이다 ◆ 303
64 미안하다. 내가 60년생이라서 ◆ 305
65 나는 누구입니까? ◆ 309
66 생각이 지옥이다 ◆ 313
67 나는 실수입니다 ◆ 317
68 그것이 없으면 〈언제라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 ◆ 319
69 나는 왜 진료실에서 타로 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 326
70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습니다 ◆ 329
71 이혼하고 애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는 여자 ◆ 334
72 세상이 너무 무서워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어요 ◆ 338
73 조심스레 남편에게 외도했는지 묻는 여자 ◆ 342
74 세 기둥이 모두 무너져 버린 남자 ◆ 348
75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모으는 남자 ◆ 351
76 아들 셋을 둔 회장님 ◆ 355
77 사랑에 성공하는 법 ◆ 357
에필로그 ◆ 365
정신분석에 대하여
저자 소개 ◆ 371

왜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까? 왜 그 구멍을, 태어날 때부터 있는 존재 결핍을 소유물로 채우려 할까? 그 구멍을 사람으로, 물건으로, 사회적 지위로 메워 보려 아무리 애를 써도 메워지기는커녕 구멍을 통해 밖으로 속절없이 빠져나가 버리는 데도 왜 저토록 메우는 데 집착할까? 왜 자기 마음속의 구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대신 그 구멍을 메울 대상만 찾고 있는 것일까? 그런다고 외로움이 해결되는가? 쓸쓸함이 사라지는가? 분노가 없어지는가? 행복해지는가?

외래를 마치고 연구실로 올라온다. 창밖 어둠이 산마루에서 산허리까지 내려온 걸 보면서 내 가슴 속 구멍을 바라본다. 구멍이 크기도 하다. 나도 그 구멍에 술도 콸콸 부어 보고 사진도 넣어 보고 영화도 넣어 보고 책도 넣어 보고 사람도 넣어 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내 가슴 속 그 구멍을 그냥 바라본다. ___<사람들의 가슴에는 구멍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남자가 나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교수님, 제 발기부전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여자에게서는 욕망할 수 없고, 욕망하는 여자에게서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교수님 입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욕망 이야기가 나오니 아주 뜻밖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씀해 주십시오. 이해가 잘 안됩니다.” 남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사랑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애정적 사랑과 육욕적 사랑입니다. 애정적 사랑은 신성한 사랑, 천상의 사랑이고 육욕적 사랑은 관능적 사랑, 지상의 사랑입니다. 제가 보기엔 아내와의 사랑은 애정적 사랑이고 애인과의 사랑은 육욕적 사랑입니다. 애정적 사랑은 보통 어머니와 자식 간의 사랑입니다. 어머니와 자식 간의 사랑은 무의식적으로 근친상간적 죄책감을 발동시켜 성욕을 떨어뜨립니다.”

“교수님 말씀이 간결하고 핵심을 찌르는 것 같아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전에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애인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할건가요? 아니면 정리할 건가요?”

“그게 대답하기가……. 저도 지금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머뭇거린다. ___ <심인성 발기부전: 정신분석적 설명과 문학적 설명>

“빚을 다 갚았는데 왜 그렇게 우울해졌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돼요.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동안 마음고생을 너무 해서 그럴까요?”

“글쎄요. 저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에 대한 대답은 본인이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성공하는 순간에 실패하는 사람들.> 이 여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 여자의 우울증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죄책감과 우울은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정신분석적으로는 그동안 그녀가 억눌러 놓았던 무의식적 환상이 봉인 해제되면서 의식으로 떠오르려 했고, 그녀의 의식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환상의 내용 때문에 그녀는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우울증을 유발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나는 그녀의 의식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환상의 내용이 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라고 추측했다. ___<성공하는 순간에 실패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