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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98120467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999년
2006년
2010년
2016년
책속에서
나는 소문과 사연이 무성한 인물이 되었다. 모두가 뭔가를 알고 있다. 그들은 뭔가를 알아채고 사실에 맞는 또는 맞지 않는 상세한 이야기를 계속 전파한다. 아직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사람에게는 늦게나마 잠시 은밀하게 내용을 알려준다. 내가 쓴 책들에는 그 ‘뭔가’가 떼어낼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침투해 있다. 내 책들은 다름 아닌 그 ‘뭔가’를 다루면서도 그걸 변증법적으로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 허구는 잠시 멈춰야 한다(그러나 뒤에서는 슬그머니 계속 작용할 것이다.). 나는 내 이야기를 되찾아와야 한다.
“뭔가 이상해.”
우리는 이 말에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루카스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걸 의미했다. 하지만 영리한 그는 내가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이 문장을 아주 일반적인 뜻으로 이야기했다. 그렇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세상이 이상하다는 뜻이었다. 루카스는 당연히 내가 이상하다는 뜻이었다.
닭이 울었다. 닭 모양의 장난감이었는데, 건드리면 쇳소리를 냈다. 안드레아스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자꾸 닭 우는 소리를 꽥꽥 냈다. 아마 당혹감에서 나온 일종의 장난이었을 거다. 내 편집증의 방아쇠가 작동한 것에 대한 조롱이었을 거다. 자, 여기 신호가 있어, 기호가 있어, 닭 울음소리가 났어. 너 들으라고 낸 소리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야. 농담이야. 정신 차려.
그러니까 시작은 감정 과잉이다. 하나의 충격이 신경을 관통하고 전방위적인 감정의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가 다시 솟구친다. 불안정하기 이를 데 없는 감정들이 나타난다. 피부 안쪽이 뜨거워진다. 등은 활활 타오르고, 이마에는 감각이 없고, 머리는 텅 비는 동시에 뭔가로 가득 찬다. 뉴런의 과잉이다. 사고 형식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진 후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져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다가 지금까지의 중심으로부터 또 빠르게 사라진다. 두뇌는 주인 없는 상태로 파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