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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955116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12-15
책 소개
목차
해제 | 제임스 우드의 비평-퍼포먼스 (신형철, 문학평론가)
1. ‘왜’라는 질문
2. 진지한 관찰
3. 모든 것을 사용하기
4. 세속적 실향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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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문학, 특히 소설은 은폐와 거짓의 습관에서 잠시 벗어나 숨 쉴 틈을 허락해주었는데, 부분적으로 소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은유적 버전이라 할 수 있었고 책이라는 세계는 의미 있는 진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혹은 픽션)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청소년기에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이 완벽히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숭고한 발견을 했을 때 온몸으로 느꼈던 전율이 아직도 기억난다. 소설이라는 무한한 자유 공간 안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있고,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있었다. 소설 속에는 무신론자, 속물, 자유주의자, 간통자, 살인자, 강도, 카스티야 평원을 달리는 광인, 오슬로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있었다. 파리에서 한몫 잡으려는 젊은 남자, 영국에서 출세하려는 젊은 여자, 존재하지 않는 도시들, 지구상에 없는 나라들, 우화와 초현실만 있는 신비한 땅, 벌레로 변신한 인간, 고양이가 화자인 일본 소설, 수많은 나라의 시민들, 동성애자, 신비주의자, 지주와 집사, 보수주의자와 급진주의자, 보수주의자이기도 한 급진주의자, 지식인과 얼간이, 지식인이자 얼간이, 술꾼과 사제, 술꾼 사제, 산 자와 죽은 자가 있었다.
소설은 우리에게 사례와 형식 간의 관계를 가르쳐준다. 이는 분명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인데, 우리는 대부분 우리 삶의 형식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매 순간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돈을 벌고 아이들을 학교에 꼬박꼬박 보내는 것처럼 어떤 순간들을 뚫고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우리의 순간들이 즐거울 때, 즉 환희에 가까운 순간을 맞을 때(이를테면 사랑에 빠질 때도), 아니 특히 그 순간이 행복할 때 시간은 엉성하게 흐르며, 우리는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그 시간의 모양을, 그 환희의 시작과 끝을, 각 단계와 기간을 지켜보지 못한다. 우리는 오직 회고로서만 우리의 ‘출입’을 이해할 수 있는 저주를 받았고, 마치 뱃머리에 앉아 노를 젓고 있는 것처럼 이미 지나온 자리만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다. 몇 년 만에 어떤 도시로 돌아온 후에야 “나는 여기서 살 때 행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십 대 내내 불행했어.” “나는 진짜 사랑에 딱 한 번 빠졌었지.” “이제 와서 보니 그 직업을 택한 건 실수였어.” 그리고 나는 내 친구 동생의 추도식에 참여하고 나서야 그의 아버지가 이 가슴 저미는 시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완벽했던 여름… 가족 중 누구 하나도 죽어가지 않았던 그 여름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