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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8143268
· 쪽수 : 162쪽
· 출판일 : 2015-02-10
책 소개
목차
07 머리말: 아이라 글래스
10 모든 것은 노래한다: 데니스 우드
21 보일런하이츠는 어디인가?
27 마리 고모의 지도
38 밤하늘
40 겹겹의 둥지
42 보일런의 언덕
44 언덕 지하 침공
46 다람쥐 길
48 동네의 나무
50 구멍 난 숲지붕
52 항공사진
54 가지 잘린 나무
56 빛의 웅덩이
58 길
60 건물 자국
62 외지인을 위한 표지판
64 경찰 신고 전화
66 번지수
68 우체부
70 레스터의 신문 배달 시간과 공간
72 두 경로
74 신문의 이동 경로
76 뒷골목
78 버스 발레
80 일광의 리듬
82 커틀러 스트리트의 밤빛
84 부재지주
86 지역에 머무는 임대료
88 가구 구성
90 부동산 감정가
92 소식지 등장 빈도
94 잭오랜턴
96 공공 수목과 사유 수목
98 울타리
100 지붕선
102 샷건 주택, 방갈로, 대저택
104 층수
106 길바닥 낙서
108 문자
110 소리 산책
112 풍경
114 라디오 전파
116 짖는 개
118 개
120 시계(視界)
122 꽃나무
124 단풍
126 나무의 나이
128 크기별 나무
130 마법의 나무 지도 변환기
134 데니스 우드 인터뷰: 블레이크 버틀러
142 언덕에서: 앨버트 모빌리오
146 모든 것은 노래한다 삼면화: 앤더 몬슨
152 부록
160 감사의 글
책속에서
여기 수록된 지도는 모두 보일런하이츠라는 한 동네의 지도다.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롤리 시에 위치한 특별할 것 없는 동네, 세상 사람 대부분이 가본 적도 없고 갈 일도 없을 그런 동네로 이처럼 다채로운 지도를 만들고 또 그걸 묶어서 펴냈다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이 책은 더욱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어떤 학문보다도 보수적인 지리학계에서 지도 자체의 권위마저 타파하고자 노력해온 이단아 데니스 우드는 1970~80년대에 조경 실습수업을 맡으면서 학생들과 함께 도무지 지도 같지 않은 지도들을 만들었다. 당시에 그가 살던 동네 보일런하이츠의 노래를 담은 이 '이야기하는
지도들'의 대다수가 그렇게 탄생했다.
데니스 우드는 지도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강한 주관성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가령 학생용 지도책에 수록된 세계지도들은 그 배열을 통해 빈곤이 "지구 상에 본래 존재하는 것,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오만하게도 이건 이것이고 저건
저것이라 명명하며, 세상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척한다.
서문에서 그는 마르셀 뒤샹, 존 케이지, 크리스천 울프, 막스 에른스트, 오스카르 도밍게스 등 여러 현대 예술가의 이름을 언급한다. 급진성의 면에서 그와 일맥상통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아를 제거하고 서사에 저항함으로써 전통을 깨부수려 했다면, 데니스 우드는 그에 굴복함으로써 혁신을 시도한다. "객관성은 피할 수 없는 주관성을 억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주관성의 침범을 승인함으로써 주관적 읽기를 배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 때 비로소 객관성은 확보된다." 이것이 그의 지론이자 이 지도책의 핵심이다.
저자의 서문은 '지도의 시학'을 논하며, 본문의 지도들은 세상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뒤에 수록된 두 편의 에세이 역시 서평이나 해설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시적인 감상문이다. 일견 지도나 디자인에 관한 책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실 문학에 가깝다. 혹은 인간과 장소-동네, 도시, 세계, 나아가 우주-에 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고 동네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며 통탄한다. 하지만 물리적 장소이자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동네는 원래 "작동을 멈추지 않으며,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든 풍경은 순간의 모습을 담을 뿐이다."
본문 뒤의 인터뷰에서 데니스 우드는 "지도가 이해관계와 관점을 가지며 주장을 펼친다는 등의 이론은 이제 새로운 학설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밝힌다. 즉, 지도는 더 이상 단순한 길 찾기용이 아니며 실용적인 지리 정보만을 담는 그림이 아니다. 특정 데이터를 파고들어 시각화한 지도, 사회적 어젠다를 표현한 지도, 지역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지도, 예술 작품으로서의 지도 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지도에 대한 개념과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그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나타나는바, 새롭고 비관습적인 실천을 탐색 중인 지도 제작자와 디자이너에게 이 책은 더없이 귀중한 영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 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읽는 순서 또한 각자의 자유이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지도책인 만큼 서문을 찬찬히 읽고 차례대로 지도를 '읽어'나간다면 한층 더 빛나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아름다운 동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면, 59쪽의 '길' 지도를 참조해가며 여행을 계속해보라. 각자의 보일런하이츠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