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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98453725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0-08-1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부르심
2. 건축과 이별 후 생긴 일
3. 신학교에서 가회동성당으로
4. 건축기획
5. 건축비 마련
6. 증인들
7. 토목공사
8. 암 수술과 자유로운 영혼
9. 한옥공사
10. 파이프오르간 이야기
11.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예술인들과 협조자들
12. 건축사용 허가를 받은 날
13. 준공 후 첫 장례식
14. 건축상
15. 방글라데시와 하느님의 역사
정리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의친왕비 ‘김숙’이 세례받을 때 찍은 사진을 보니 가회동성당의 내부가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진을 게재했던 경향신문에 의뢰하여 의친왕 서거 때의 기사를 찾아냈습니다. 신문기사(1955년 8월 18일자)를 복사하여 나중에 가회동 교회사전시실에 전시하였고 그 기사내용도 확증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교회사의 한 뿌리를 캐내게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고종의 여섯 자녀들 중에서 단명한 두 명을 빼고 자연사한 네 명이 모두 천주교신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므로 그러한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건축시작 전부터 전시실을 계획했습니다. 다시 요약하면 박해의 주체인 황실이 박해가 시작된 곳인 가회동성당에서 세례받은 것이고, 가회동성당이 박해의 주체를 그 품에 받아들이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고, 이로써 순교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결국 신앙이 승리했다는 이 감격스러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율리안나 자매님은 삼청동 인근에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이라는 음식점을 열고 저에게 축복을 부탁하셨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 음식점의 한 모퉁이에 유명여배우 송혜교가 앉아 있다고 동행했던 누군가가 말해 줬습니다. 저는 이름은 들었지만 스크린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언뜻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 식사를 하고 있더라도 축복식은 해야 했으므로 그분께 양해를 구하기 위해 말을 건넸죠. 그리고 이렇게 말을 더했습니다.
“가회동성당이 곧 헐릴 겁니다. 그전에 사진이라도 찍어두세요.”
“성당 예쁘던데 왜 헐어요?”
“아, 붕괴위험에 있어서요.”
“그럼 제가 건축헌금이라도.”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그분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으므로 저는 건축기금을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점 축복예식을 마친 다음 제 자리에 돌아와서 식사를 하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제게 찾아와서 봉투를 하나 주면서 말했습니다.
“혜교가요, 지금 현재 자기 지갑에 있는 것이 이것밖에 안 돼서, 다 드려도 이것밖에 못 드리니 죄송하대요.”
그분이 평소에 얼마나 지갑에 넣고 다니는지 개인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지갑의 모든 돈을 다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신자도 아닌 분이 성당을 짓는다고 하니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기부했다는 것에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그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하느님이실 것입니다. 이외에도 뜻밖의 기증자가 더 있었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 사례를 든 것은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주시고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하여 성전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암 수술은 전화위복이 되었지요. 결국 암 수술 덕분에 불필요한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비교적 편하게 성당을 지은 것과 책도 한 권 쓰게 된 것 외에도 얻은 것이 많지만 생략합니다. 암은 기력이나 체력이 왕성하고 젊을수록 전이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당시 50대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기력이 왕성하고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암의 전이속도는 빠른 편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조기발견하지 않으면 생명조차 위험할 수 있었으나 다행스럽게 일찍 발견하여 지금은 완치되었지요. 그런데 암 수술 이후부터는 건강관리에 더 많이 신경 쓰게 되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던 것도 다 지나갔고,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