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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8630270
· 쪽수 : 391쪽
· 출판일 : 2013-08-27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오기로 밀가루를 치대고 있었는데 빵을 만드는 데 얼마나 집중을 했던지, 알아차리지 못하던 사이에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고 나서 얼마 뒤에 종이 울리는 소리에 단영은 정말 그가 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빼꼼히 홀을 내다보았다. 진열 매대에는 그의 손길이 닿아 예쁘게 차곡차곡 잘 정리가 되어있는 빵들이 보였다.
“그렇다고 잘 가란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가냐?”
전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역시 아닌 듯해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평소 같았다면 가기 전에도 몇 번씩 불쑥 들어와 장난을 걸어대거나 빵 만드는 것을 구경했을 텐데 오늘은 잘 가란 말 한마디도 못하게 먼저 가버렸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 정말 내일부터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괜히 서운한 마음에 단영이 입을 한 번 삐죽였다.
왜 자기가 더 상처받은 척, 화난 척하는 거야? 지금 화를 내야 하는 건 난데.
시무룩한 얼굴의 단영은 방금까지도 그가 있었던 카운터를 괜히 매만져보았다.
“서운했죠?”
“으앗!”
그때, 카운터 뒤쪽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솟아 단영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뭐, 뭐에요!”
“장난 좀 쳐봤어요.”
안으로 들어와 단영의 앞에 선 세찬이 히죽히죽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불편하게 끼어있던 감정이 순식간에 기억 저 멀리 사라지는 듯했다. 세찬이 다시 한 번 손을 잡으라며 채근하자 단영은 눈을 한껏 흘기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손을 잡자마자 순간적으로 끌어당기는 강한 힘에 마치 두 개의 자석이 철썩 붙듯 단영의 몸이 그의 몸에 철썩 달라붙었다. 그것도 모자라 단영의 허리를 휘감아 들어온 그의 손이 더 강하게 밀착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아까 마저 못한 말이 있는데.”
너무 순간적이라 밀쳐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어버버 거리는 단영이었지만 세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그윽하게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입가에서 나온 숨결과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단영은 야릇한 기분에 잘게 떨며 어깨를 움츠려냈다.
“당신은 결국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생각할 틈도 없이 좋아지고 좋아지게 되겠지.”
세찬은 앞에 보이는 바다를 보다 눈을 감았다. 이 바다를 단영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이젠 보여주지 못하겠지. 그건 조금 아쉬웠다. 그녀가 옆에 있을 때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은 해주지 못한 것만 더 많이 생각나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고개를 애써 흔들어내며 잘 지내고 있겠지, 하고 마는 세찬은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아주 잘 있을 것이다. 그 남자와 함께. 마지막으로 찾아간 그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담배를 피운 것도 아닌데 입안이 텁텁하고 껄끄러워 괜스레 침을 뱉어내었다. 그녀를 잊기 위해 혼자만의 이별여행을 왔건만, 오히려 보는 것마다 단영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혹시 그가 다시 또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번갈아 떠올랐다. 헤어져 있어도 헤어질 수 없다는 듯 더 눈에 아른거리는 여자였다.
휴대폰이 있으면 연락하고 싶을까 봐 현아에게 맡기고 왔지만, 그 여파로 공중전화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버튼을 누르려 하는 자신의 손이었다. 손에 익은 전화번호.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가기만 했다. 떠나온 지 세 달이나 되었으면 잊을 법도 한데. 끝내 그녀를 향한 마음만큼은 사그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