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나전향상과 동아시아 칠기

들어가는 말 · 김홍남

Ⅰ. 고려나전향상高麗螺鈿香箱
동아시아 미술사의 새 지평: 「고려나전묘금향상」을 재조명하며 · 권영필
고려시대 「포류수금문나전묘금향상」의 현황, 재질 및 제작기법 · 이용희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나전향상」 연구: 동시기 한·중·일 칠기와 비교사적 시점에서 · 오카다 후미오
「고려나전향상」의 공예사적 위치: 기법적 특징을 중심으로 · 이난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향상」 안의 향과 향구의 재구성 · 이용진
전파와 복제, 그리고 변형: 고려포류수금문 소고 ·정옌

Ⅱ. 동아시아 칠기
쇼소인의 칠기와 백제문화 · 나이토 사카에
일본의 나전: 추손지 곤지키도를 비롯한 헤이안시대의 유품 · 야마자키 츠요시
영국박물관 소장 동아시아 칠공예품의 현황 · 잰 스튜어트
‘고려시대 포류수금문 나전향상 연구’ 국제학술 심포지엄 · 스서우쳰

부록: 요약문
필자 소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수장고로 내려갔다. 그 기나긴 통로를 지나면서 가슴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큰 하얀 스치로폴 박스가 나왔고 정성스레 보관된 것을 보고 맘이 놓였으나, 상자를 여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체가 없었기 때문 이다. 수백 편이 넘게 산산이 부서진 크고 작은 조각들만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표면장식이 그나마 남아 있는 비교적 큰 조각들을 확대 촬영한 사진 몇 장을 보는 순간 나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만족감과 환희가 몰려왔다. 신품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비록 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기교와 우아하고도 섬세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에 눈이 부셨다. 나전뿐 아니라 대모 금니도 보였고, 특히 다른 고려 나전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묘금기법 등 거의 백과사전적인 재료와 장식기술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이 향상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에는 너무 억울했나 보다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포기하고 영원히 수장고에만 묻혀 서서히 사그러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 이 신품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야만 하겠다는 사명감이 밀려왔다.
- 김홍남,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