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1

뭐지? 이 묘하게 익숙한 느낌은…….
설마?
씻는 것을 멈추고 자고 있었던 방으로 뛰어 들어가 방을 둘러봤다.
방문에 걸려 있는 왕조현 포스터.
왕조현? 어릴 적에 분명 좋아했던 배우였다. 요새 애들 말로 빠돌이라고 하는 수준으로 그녀를 좋아했던 나였다.
그녀의 모습이 담긴 책받침을 꽉 끌어안고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실실 쪼개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께 뒤통수를 후려 맞았던 기억도 생생하니까.
그런 추억의 물건이 내 앞에 있었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니 작은 책상이 보였고, 그 위엔 책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다가가 책표지를 보니 ‘수학 3’이라고 쓰여 있는 교과서에 최.승.민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이게… 무슨…….”
흠, 세면대 거울에 비춰진 얼굴엔 사십 대가 되면서 늘어난 흰머리나 이마에 있던 두 줄의 주름살 역시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꿈이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볼 살을 쭉 잡아당기자 아픔이 느껴진다. 그래도 믿기지 않은 현실에 찬물에 얼굴을 몇 번이나 담가봤지만, 변함없이 어린 내 모습만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정말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가?

- 1권 본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