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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04922886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0-12-22
책 소개
목차
최소가 초월자?
재능 감별
대국과 소국
튜토리얼
용을 잡아먹는 검의 귀신, 그리고 그 동생
난잡한 전쟁
영웅은 꽃처럼 지고, 신은 불처럼 타오른다Ⅰ
저자소개
책속에서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마치 더듬이처럼 빳빳하게 몸을 일으킨다.
“이얍! 사명 레이더!!”
삐비비!
일어선 머리카락이 진동하면서 그곳으로부터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파동이 퍼져 나간다. 파동의 간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짧아진다.
그리고 그 간격이 0에 수렴하는 순간.
띵!
무슨 전자레인지 알림음 같은 소리와 함께 진동이 멈춘다.
“으앙! 정명(正命)하다니!”
성계신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듯 절망적인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나]는 그 광경을 그저 가만히 내려다보고만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뭐?’
잠시 내면으로 가라앉았을 뿐 여전히 녀석과 의식을 공유하는 나는 [내]가 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모르겠다.
[내] 생각이 머릿속으로 전달이 되었는데 이해가 안 된다.
‘야. 아, 아니지? 내 착각이지? 이거, 뭔가 혼선이지?’
녀석에게 들리길 바라며 소리친다.
‘멈춰! 그만둬! 이 미친놈아!’
그러나 내 비명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너.”
[나] 놈이 말하고 말았다
“내 아이를 낳아라.”
“…….”
“…….”
끔찍한 정적이 사방을 뒤덮는다. 성계신, 그러니까 중학생 정도의 외양을 가진 소녀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말한다.
“아, 너무 빨랐나?”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야, 미친놈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힐 지경. 나는 전력을 다해 정신을 집중했다. 이건 녀석이 학살을 저지르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끔찍한 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결혼부터 하지.”
‘육체의 통제권을 찾아야 해!’
이를 악물며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나 소용없다. 그저 술에 취한 것만 같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다. 녀석이 완전히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성계신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안됐지만 나는 사모하는 남자가 있어.”
“양부(養父) 말인가… 그가 대단한 남자라는 건 동의하지만 그래 봐야 인간일 뿐이다. 우리같이 위대한 존재라면 당연히 격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지.”
거만한 목소리에 어이가 두개골을 열고 뇌를 탈출하는 것만 같다.
‘아니, 이 패륜아 새끼가 뭐라는 거야? 돌았냐?’
식겁하는 순간.
“미안하지만.”
성계신이 웃었다.
“너같이 천지 분간 못 하는 애새끼는 딱 질색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