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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52634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5-12-11
책 소개
목차
홍화당
관문
주고받는 찻잔 속 오고 가는 혼담
난제
아기
지키고 싶은 것
길었던 여름, 그리고
이 아름다운 곳에서, 영원히.
외전. 애처가와 공처가는 한 끗 차이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시 물으마. 떠나겠다는 말, 네 진심인 것이냐?”
진심일 리가 없다. 하나 진심은 말할 수가 없다. 서림은 가슴속에서부터 울컥 치미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떠나서 다른 것도 배우고 싶고.”
배울 수 있을 리가 없다.
“돈도…… 벌고 싶고.”
이렇게 아무것도 매듭짓지 못한 채 도망치듯 떠나서.
“괜찮은 사람을 만난다면 혼인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와 같은, 맘에도 없는 말들이 진심일 리 없잖습니까…….”
그런 게 진심일 리가 없었다.
“좀 더, 조금만 더, 이곳에 있고 싶어요…….”
애써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내심 누군가가 잡아 주길 바랐다. 괜찮다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 있으라고.
“그럼 가지 마라.”
그 말에, 서림의 눈이 커졌다. 윤도는 서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뺨을 감싸 쥐었다.
“여기 있거라. 홍화당에, 저 아이들 옆에, 그리고…….”
윤도의 다른 팔이 서림의 팔을 당겼다. 동시에 뺨을 감싸 쥔 손이 서림의 뺨을 끌어당겼다. 서림이 자각할 틈도 없이 윤도의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졌다.
“……내 옆에.”
다시 한 번 윤도의 얼굴이 다가왔다. 서림은 그 모습이 꿈인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서림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지고, 또 한 번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다.
윤도는 한 팔로 서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그 거리마저 떨어져 있는 것이 싫었다. 숨을 돌리려 입술을 떼는 아주 짧은 그 시간조차 불안했다. 놓아주면 달아날까, 입술을 떼면 자신을 밀어낼까 겁이 나 몇 번이고 서림의 입술을 탐했다. 열릴 듯 말 듯 한 서림의 입술에 애가 탔다.
윤도가 잠시 입술을 떼자 서림은 숨을 들이쉬며 눈을 떴다. 서로를 향한 갈망으로 젖어 든 두 눈이 마주쳤다. 그런 서림을 잠시 바라보던 윤도가 다시 한 번 다가와 엄지로 서림의 아랫입술을 당겨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서림의 숨마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제 입술로 삼켰다.
애가 타는 건 서림도 마찬가지였다. 입술이 떨어지는 그 잠깐마다, 자신의 모습을 담은 윤도의 두 눈을 마주할 때마다, 그 순간순간이 아쉽고 겁이 났다. 전할 길 없는 어설픈 제 마음이 답답했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 윤도의 팔을 그러잡고 눈을 감았다. 자신을 끌어안은 이 팔이, 자신을 붙잡는 이 입술이, 제게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