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9418371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11-02
책 소개
목차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14화
15화
16화
17화
18화
19화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혼……해 줘.”
유라는 가방에서 이혼 서류를 꺼냈다. 그녀가 내민 종이봉투를 본 형찬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유라.”
형찬은 카페에 들어와 처음으로 굳은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심이야?”
“…….”
“이게…… 정말 네 대답이야?”
그의 입장에서 배신이라 해도 할 말 없었다. 충격받은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두 눈을 질끈 감았는데 그렁그렁했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끝낼 결심을 하고 나온 만큼 이런 구질구질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는 건데,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노력으로는 결코 메워지지 않을 거리. 아무리 그에게 다가가려고 발버둥을 쳐 봐도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는 환경 때문에 매번 제자리였다.
“사랑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데 당신도, 나도 너무 어리석었어. 그러니까 이제라도…….”
“참 잔인하다, 한유라.”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르다 못해 퍼석퍼석 갈라졌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혼잣말처럼 내뱉은 그의 고백에 가슴이 저리다 못해 욱신거리게 아팠다.
그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자신이 더 잘 알았다. 하고 싶지 않았던 사업을 물려받았던 것도, 성과로 인정받게 되면 이 결혼에 회의적이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돌아설 거라는 믿음 때문에 더욱 일에 매진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일로써 인정받는 것과 자신이 이 집 며느리로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친정에 있는 동안 단 한 통의 연락조차 없는 시어머니를 보며 확신이 생겼다. 눈엣가시 같던 존재가 사라졌으니 오히려 더 후련해하실 분이셨다.
“다신 찾아오지 마.”
긴 호흡을 내쉰 유라가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흔들리는 감정만큼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미안.”
“……형찬 씨.”
“그렇게는 못 하겠어.”
형찬은 더 듣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잘 챙겨 먹고.”
“형찬 씨, 제발…….”
“내일 또 올게.”
형찬은 도망치듯 카페를 나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변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유라는 신경 쓸 정신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별이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숨도 안 쉬어질 만큼 괴로울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에게 얼마만큼 더 잔인해져야 하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해야 하는 자신은 또 얼마나 괴로워야 하는 걸까.
사랑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