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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12759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17-01-06
책 소개
목차
10. 마른하늘에
11. 날벼락
12. 별의 길
13.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
14. 하늘의 시험
에필로그
and1. 요정의 공주님
and2. 하늘의 그물
and3. 내 아내의 좋은 점
and4. Ever After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로이드는 일순 멍해졌다. 사랑스러움이라는 망치로 맞으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는 이끌리듯 소녀의 이마에 입 맞추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면, 뭐든 해도 됩니다.”
아란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정신을 차린 로이드가 변명하려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로이드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버둥거린 아란이 뒤로 홰딱 넘어갔다.
“아란!”
놀란 로이드가 붙잡기도 전에 아란은 새로 변했다. 통통 구르듯 뛰어간 새는 로이드에게 등을 돌린 채 마차 구석에 머리를 박았다.
당황한 로이드가 그녀를 불렀다.
“아란?”
“…….”
“아란, 화났습니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마차가 멈춘 뒤에도 새는 돌이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로이드는 아란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공중정원에 올랐다.
공중정원은 정복왕이 세운 거대한 계단 모양의 건축물이었다. 각각의 단마다 희귀한 식물들이 즐비했고, 수영이나 티타임을 즐기는 장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보여주고픈 사람이 주머니에 틀어박혀 있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중정원의 마지막 단은 전망대로 꾸며져 있었다. 절벽처럼 까마득한 아래로 엘베른을 휘감아 도는 켈빈 강이 그대로 보였다. 인적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로이드가 말했다.
“아란, 아래의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같이 보고 싶군요.”
주머니 속의 새가 꼼지락거렸다. 로이드는 주머니 위로 새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한테 화가 났어도 이건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나온 게 아깝지 않습니까.”
그러자 주머니 밖으로 나온 새가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눈이 마주치자 다시 새빨개진 아란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죄송해요. 백작님께 화가 난 게 아니라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요.”
안도한 로이드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새카만 새 같은 것이 날아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뭔가가 허리에 휘감겼다.
홱 당겨진 로이드는 그대로 난간 밖의 허공에 내동댕이쳐졌다.
“백작님!”
덜컥 몸이 흔들렸다. 정신을 차린 로이드는 자신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간 밖으로 몸을 던진 아란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저를 잡으세요, 빨리요!”
로이드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란은 난간에 한쪽 소매를 휘감은 채였다. 커튼처럼 길게 늘어난 소매가 두 사람의 몸을 지탱했다. 일단 추락은 면했지만, 이래서야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개를 든 로이드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모자와 베일을 써 눈만 드러낸 여자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은 분명 웃고 있었다. 기괴할 정도로 긴 손톱을 가진 여자는, 그것으로 난간에 휘감긴 아란의 소매를 잘랐다.
추락하는 것을 느낀 로이드는 아란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없다면 아란은 새로 변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팔은 그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것처럼.
“아란, 구름을!”
로이드의 외침과 동시에 구름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대로 구름을 뚫고 지나갔다. 로이드는 이를 악물고 아란을 끌어안았다. 아침의 대화가 그의 머리를 스쳤다.
「진짜 탈 수 있는 게 맞습니까?」
「그럼요. 대신 탈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야 해요.」
아란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망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구름을 탈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품속에 있는 소녀와 함께라면…….
질끈 눈을 감은 로이드의 몸이 푹신한 것에 휘감겼다. 바닥에서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로이드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 무게감 없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이 영 이상했다. 긴 한숨을 내쉰 그는 품속의 아란을 살폈다.
“아란, 괜찮습니까?”
멍하게 그를 올려다본 아란이 울음을 터트렸다. 서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쳤다. 로이드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를 맞으며 소녀의 등을 다독였다. 한참을 소리 내어 울던 아란이 훌쩍이며 말했다.
“배, 백작님이 죽는 줄 알았어요.”
“당신이 살려줬어요. 고맙습니다.”
로이드의 말에 아란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로이드는 그녀를 달래며 위를 쳐다봤다. 웅성거리며 아래를 구경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 중에 베일을 쓴 여자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