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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161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5-11-13
책 소개
이런 꽃다발은 어떻노?”
어떻게 써도, 무엇을 써도 ‘시’가 되는 경지
쓸데없어 눈부신 우리 삶의 /
문학동네시인선의 244번째 시집으로 안도현 시인의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를 펴낸다. 1981년에 등단, 올해로 시력 45년에 육박하는 그의 12번째 시집이다. 시는 물론 동시, 동화, 산문, 평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집필을 통해 한국 시단을 넘어, 한국문학장을 대표하는 불세출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안도현. 그의 바탕이자 근간인 ‘시’를 한데 모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듯 넉넉하고도 묵직한 볼륨을 자랑한다. 오랜 타향살이를 끝내고 쓰이기 시작한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에는 비로소 고향땅을 밟으며 마주한 질박한 생활의 풍경이, 쓸데없어 오히려 눈부신 우리 삶의 지문이, 시처럼 불현듯 발견되는 생의 요체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힘을 빼서 더욱 힘있는 시편들로 가득한 신작 시집에서 독자들은 대가의 자유자재함을 흠뻑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안도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2는 신성하고도 의미심장한 숫자입니다. 이번 열두번째 시집의 출간 소회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스물다섯 살에 첫 시집을 냈으니 40년 동안 12권 시집을 낸 셈이네요. 쓸데없이 너무 많이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조금 있어요. 이번 시집의 시들을 쓰면서 사실 저 혼자 은근히 신이 나기도 했어요. 시라는 어떤 규격 속에 언어를 욱여넣지 말자, 언어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보자는 심사였죠. 가능하면 의도를 뒤로 밀쳐두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자는 마음도 눕혀두고 시를 붙잡고 있었더니 가끔은 제가 쓴 시가 제게 위안도 되더군요. 여기 실린 시들을 쓰는 동안 전주에서 고향 경북 예천으로 이삿짐을 싸서 돌아왔고, 그사이 팬데믹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생전 처음 오래 병원을 드나들기도 했고, 오래 밥을 벌던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약속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나를 방치할 때가 자주 있었는데 그때 시가 조금씩 오더군요.
2. 이번 시집을 읽고 만들며 느낀 첫 소감은 ‘어떻게 써도, 무엇을 써도 시가 되는 경지’였어요. 시를 산다고도, 시와 논다고도 느껴지는 이 감각. 작가님의 이 자유자재함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요?
→ 거의 평생을 아파트라는 허공의 둥지에서 살다가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땅에 착지를 하고 살게 되었어요. 마당과 텃밭과 연못과 돌담이 일상이 되다보니까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침마다 창을 열면 새소리가 무진장 쏟아져들어오는데, 이 새소리를 보자기에 싸서 누구에게 좀 보낼까 싶을 때가 많아요. 저는 80년대 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인으로서 어떤 의무감을 지고 살았어요. 그 무게를 지금은 덜 느끼는 편인데요, 말 하나하나의 빛깔과 물기를 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렇다고 도통한 척하려는 건 아니고요. 앞으로도 시를 쓰는 나보다 내게 오는 언어를 더 잘 모시고 내가 그 언어를 덜 간섭하고 잘 따라가도록 내버려두고 싶습니다.
3.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라는 제목은 작가님의 시세계를 압축해놓은 문장으로도 읽힙니다. 이렇듯 비속함과 고귀함이 공존하는 삶의 지문이 시편 곳곳에 녹아 있는데요. 시가 되겠다, 고 감각하시는 순간과 그 이후의 전개 과정이 궁금합니다.
→ 시의 첫 행에서 두번째 행으로 건너가는 일이 예전에는 쉽지 않았어요. 시에 과도하게 관여하려는 욕심 때문이었죠. 시를 쓰는 시인은 그의 언어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존재예요. 시인이 말을 앞질러가는 경우 대체로 실패작이 나온다고 봐요. 시인은 말이 만들어내는 눈부신 생산력을 믿어야 해요. 문학은 써먹을 수 없다는 것, 그 써먹을 수 없는 특징 때문에 문학이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고 한 김현 선생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둘러보면 이 세상에 시가 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시와 시 아닌 것, 의미와 무의미를 구별하려는 못된 마음이 자본주의 사회의 유용성에 대한 집착과 유사해요. 무의미한 것 속에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게 많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그 이야기를 막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4. 수록작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시편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없습니다.
5. 작가님만의 ‘시 읽기’ 노하우 한 가지를 알려주세요.
→ 저는 남의 시를 읽을 때 시인을 생각하지 않고, 시 속에 숨은 메시지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시가 다른 시하고 언어가 어떻게 다른가, 그것만 살펴봅니다. 꼼꼼하게 분석적으로 읽지 않고 설렁설렁, 되도록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저보다 후배인 시인들의 시를 더 찾아 읽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자꾸 물어도 좋은 질문
연못 위에 쓰다/ 유리 상자/ 통각(痛覺)/ 순간 정지/ 맨발/ 모래무덤/ 연민/ 마음에 대하여/ 배를 매어두는 일/ 너에게로 망명을 가고 싶은 날/ 북천/ 무릉도원에서 보낸 한철/ 배추의 깊이/ 흰목물떼새/ 산책/ 사랑가/ 간단하고 명료한
2부 꽃들의 키를 높이는 일, 그거
새를 기다리며/ 장닭/ 벌에 쏘인 이야기/ 3월에서 5월까지/ 물소리를 필사하다/ 꽃밭을 한 뼘쯤 돋우는 일을/ 북문/ 북촌/ 안부/ 유산가(遊山歌)/ 귀룽나무꽃 그늘에서/ 덧없는 감정/ 나는 모르고/ 세워둔 연못/ 손톱/ 그늘의 재봉/ 열무씨 이천원어치에 대하여/ 풀 뽑는 사람
3부 겨울은 길고 가창오리떼는 단순하지 않다
구절초/ 모란꽃/ 붉은병꽃나무/ 수학 공부/ 여우와 함께 산책을/ 고평역/ 밤눈/ 물음과 무덤/ 아버지가 마당에서 싸리비로 눈 쓰는 소리/ 물통/ 죽변항/ 북행/ 검은 비닐봉지에 대하여/ 분홍의 방출/ 역무원/ 계산/ 눈꼽째기창에 대하여/ 먼 데
4부 자작나무들은 먼 북쪽을 가리켰다
북산/ 북당/ 꽃씨와 나/ 별서(別墅)/ 내성천 흰목물떼새 부부에 대하여/ 멀구슬나무의 이사/ 운포구곡가(雲浦九曲歌)/ 뒷목덜미―황재형 선생님께/ 적막강산―이동순의 『강제이주열차』를 읽고/ 북벌/ 서릿고기/ 화성 서쪽/ 상심/ 빵 굽는 여자/ 거의 없는 아저씨/ 잔설/ 산다경(山茶徑)/ 어떻게 세계를 구할 것인가
발문|첩첩(疊疊)
김민정(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리고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들어가네 좋아? 물속의 새떼들이 천천히 우리를 통과해 물소리가 되네 좋아요? 자꾸 물어도 좋은 질문이 세상에는 많네
_「맨발」 부분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무척이나 편안해졌다
연못도 나처럼 편안하게 죽어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 나는 연못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백지 위에 한 줄을 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을 쓰고 나니
나는 더 편안해졌다
_「연민」 부분
여기에도 마음이 있고 저기에도 마음이 있는 것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마음이나 미워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애쓰는 마음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니
_「마음에 대하여」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