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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425788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이 책을 내는 심정 v
서시 1
난봉, 자신이 있나? 3
병판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22
세자비에 뽑히던 날 32
동짓달 스무날의 약혼지환 51
기막힌 서약서 59
의혹의 구름이 삼천리 강산에 78
망망대해의 두 남매 104
천행이를 살린 이상한 약 132
수수께끼와 같은 날들 140
학교도 집도 쫓겨나고 155
상하이의 유혹 178
치꾸꾸의 슬픔 196
가슴을 파고든 망짱뉴의 노래 206
냐냥은 왜 신랑이 안 계시냐? 227
양쯔강의 눈물 239
외로운 귀국 248
그 규수가 살아 있다 265
맺음말 ‘백 년 한’ 그 후 이야기 275
저자소개
책속에서
양전마마께서 물으시는 대로 거침없이 대답을 하자 기특한지 무릎을 치며 기꺼워하셨다. 그로 말미암아 내정적으로는 거의 나로 확정이 된 셈이다. 그러나 나랏법은 그렇지가 않아서 형식적으로라도 세 명을 뽑아야 되므로 나 외에 의정대신을 지낸 민영규 씨의 따님과 심씨댁 따님, 이렇게 셋이 첫 간택에 뽑혔다.
망망대해 위에 의지할 곳 없는 두 남매가 서 있자니, 나느니 눈물이요 쉬느니 한숨뿐이었다. 어린 날의 화려했던 그 꿈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젠 인생의 절경인 청춘을 눈물로 보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치가 떨렸다. 왜적의 침입만 안 받았더라도 오늘날 이 나라가 이렇게 망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이 민족도 압박 속에서 살진 않았을 것이 아닌가. 나도 부모 밑에서 효도하며 나라에 충성하고 이웃과 의좋게 복되게 살 것이 아닌가. 나라를 팔아먹으려던 역적배와 나라 를 집어먹으려던 도적배들로 이 나라 이 민족이 이토록 고생을 당하는 생각을 하면 이가 갈렸다.
“미스 민, 암만 해도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어제 일본영사관에서 나와 당신의 신원을 조사해 갔어. 교감하구 같이 밤새도록 생각한 결과 미스 민을 휴학시키기로 했어. 그리고 지금 곧 그 집에서 이사를 가도록 하시오. 내가 외숙께 편지는 써놓았으니 가지고 가시오. 우리로서도 어떻게든지 미스 민을 도우려는 뜻으로 하는 일이니 조금도 섭섭히 생각지 말고 내일부터는 학교를 나오지 마시오.”
교장선생님의 이 말씀을 듣자 나는 온 몸에서 맥이 풀려나는 듯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금시로 사형선고라도 받는 것과 같이 눈앞이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