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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60330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4-06-20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1월 13일 화요일
오늘은 시를 한 편 썼는데 단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아무리 유명한 시인이라도 이렇게 빨리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5월 25일 월요일
나는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빠는 안정적인 직업도 아니고 연금도 나오지 않는다며 반대 이유를 지루하게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 결심은 확고하다. 아빠는 컴퓨터 전문가 쪽으로 내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나는 아빠에게 “내 영혼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컴퓨터는 영혼이 없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미국인들이 곧 영혼을 가진 컴퓨터를 만들어 낼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다.
7월 15일 수요일
오늘 판도라가 자기 가슴을 만지게 해 주었다. 대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누구에게 말할 것도 없었다. 속옷에 원피스, 카디건, 방한 점퍼까지 입고 있어서 도대체 어디가 가슴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8월 9일 일요일
오늘 또 판도라의 가슴을 만졌다. 이번에는 뭔가 부드러운 게 만져졌다. 내 물건은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내 맘대로 조절이 되지 않는다.
10월 1일 목요일
턱에 온통 여드름이 난 것을 발견했다.
하루 종일 판도라를 피해 다녔는데 급식 시간에 걸리고 말았다. 한 손으로 턱을 가리고 밥을 먹어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식사를 하고 요거트를 먹을 때 판도라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판도라는 그런 일로 우리의 사랑이 변하지는 않는다며 나의 장애를 침착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늘 청년회 모임을 마치고 작별 키스를 할 때 판도라의 열정이 식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12월 31일 목요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에도 빠졌다. 잠깐이었지만 결손 가정의 자녀도 되었다. 지성인이 되었다. BBC에서 두 번이나 편지를 받았다. 14살 하고도 9개월 된 남자의 삶 치고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것 같다!
2월 22일 월요일
또다시 여드름쟁이가 되었다. 게다가 성적으로도 극도로 침체된 상태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나면 피부 상태가 나아질 텐데.
판도라는 고작 내 여드름 몇 개 때문에 미혼모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별 수 없이 나는 ‘자가 위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겠다.
4월 3일 토요일
방금 내 인생 최대의 굴욕을 겪었다. 사건은 내가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고 있을 때 일어났다.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갑자기 본드 냄새를 맡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비행기 이착륙 장치에 코를 갖다 대고 5초 정도 숨을 들이쉬었다.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비행기에 내 코가 붙어 버렸다! 아빠가 나를 응급실에 데려가서 비행기를 떼어냈다. 킬킬거리며 비웃는 소리를 어떻게 견뎠는지도 모르겠다.
응급실 의사가 내 외래 환자 카드에 ‘본드 흡입자’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