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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632025
· 쪽수 : 552쪽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가 그녀를 본 건 틀림없이 그 돌다리에서였다. 유령 같은 푸른빛으로 감싸인 춤꾼. 내가 아직 어리고 버지니아의 토양은 벽돌처럼 붉디붉은 생기가 넘치던 시절, 사람들이 그녀를 데려갔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구스 강에는 다른 다리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묶어 그 다리로 끌고 왔을 것이다. 푸른 언덕을 지나 계곡으로 구불구불 내려간 뒤 방향을 트는 도로가 바로 그 다리에 닿아 있고, 그 도로가 나아가는 방향은 남쪽이었으니까.
나는 늘 그 다리를 피해왔다. 다리에는 나체스 방향으로 가버린 어머니, 삼촌, 사촌에 대한 기억이 얼룩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기억의 경이로운 힘을 안다. 기억이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푸른 문을 열 수 있으며 우리를 산에서 평원으로, 또 푸르른 숲에서 눈이 두껍게 쌓인 들판으로 옮겨줄 수 있다는 것을. 땅을 옷가지처럼 접을 수 있다는 것을.
“노래 좀 해봐!” 앨리스가 불쑥 내뱉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시중을 들던 남자 카시우스에게 다가가 그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더니 다시 소리쳤다. “노래하라고, 염병할 놈아!”
늘 그런 식이었다. 그렇다고 들었다. 백인들은 지루해지면 야만인이 됐다. 그들이 상급자 놀음을 하는 동안에는 우리도 잘 꾸며진, 인내심 강한 시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인들은 품위에 싫증을 느끼는 순간 밑바닥을 드러냈다. 그들이 새로운 게임을 선택하면 우리는 게임판 위의 말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네가 세운 계획이 언더그라운드라는 곳에 얽혀들어 너 자신을 또 다른 너대니얼로 만드는 거라면 난 너를 훨씬 덜 좋아하게 될 거야. 나한테 그건 자유가 아니거든. 알겠어? 여자한테 백인 남자를 유색인 남자로 바꾸는 건 자유가 아니야.”
나는 그때 소피아의 손이 내 팔에 닿아 있다는 걸 알아챘다. 소피아는 그 손에 단단히 힘을 주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게, 생각하는 게 그런 거라면 지금 나한테 말해줘야 해. 나한테 족쇄를 채우고 날 그곳에 가두고 갓난아이를 잔뜩 낳게 하는 게 네 계획이라면 지금 말해줘. 내가 여기서 품위 있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넌 그들하고 다르잖아. 너는 내가 선택하게 해줘야 해. 그러니까 말해줘. 네 의도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