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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37589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10-24
책 소개
목차
심사평
수상 소감
수상작
이주란, 「겨울 정원」
수상 후보작
김성중, 「새로운 남편」
김연수, 「조금 뒤의 세계」
서장원, 「히데오」
임선우, 「사랑 접인 병원」
최예솔, 「그동안의 정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 난 오인환씨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최대한 오래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미 끝난 사이이기 때문에 내가 실제로 바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고 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내 시간은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아니고 단지 현실이라고 반복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난 오인환씨 앞에서 문득 내 미래에 대한 다짐과 약속을 했던,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신고를 할 거라고 소리치던 정원을 바라본다. 지금 미래에게 생겨난 저 마음이, 언젠가는 내게도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까 생각하면 이미 겪은 일도 지금 겪고 있는 일도 아닌데 조금 슬프다. ― 이주란, 「겨울 정원」 중.
요양원으로 옮겨질 때, 나는 짐 속에 그의 디바이스를 소중하게 넣어왔지만 두 번 다시 전원을 켜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기기를 오랫동안 방치하다 보면 그가 원하는 ‘자연사’에 성공할지도 모르지. 어차피 상관없다. 녹내장을 앓은 이후 내 시력은 현저하게 낮아져서 이제는 기기를 작동해봤자 잘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나 누구와 대화한단 말인가. 오랫동안 한 존재와 깊게 소통해온 나는 일상적 대화라는 걸 잊어버렸고 쓸데없이 진지했으며 아무데서나 견해를 밝혀 비호감 인물로 낙인찍혔다. 공동생활에는 더욱 적응할 수 없어서 조금씩 덧문을 닫아걸고 마음껏 노인성 우울에 빠져들었다. 그가없었으면 진작에 잠수했을 나의 심해 속으로. ―김성중, 「새로운 남편」 중
열차는 불을 환하게 밝힌 빌딩 숲을 지나 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사진 속, 울고 있지만 울고 있지만은 않은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소설 비슷한 것을 몇 번이고 다시 쓰던 그해 겨울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되고 앞뒤도 안 맞는 문장들이 여러 번 다시 쓰면서 점점 생생해졌다. 깨어 있는 꿈을 꾸는 것처럼. 내용은 여전히 불가능한 것들이었지만, 나는 그 불가능함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 소설 비슷한 것 속에서 나와 동연은 여전히 케이브에서 매주 두세 번씩 생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영원히. 그 소설 비슷한 것 속에서. ― 김연수, 「조금 뒤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