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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7733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3-18
책 소개
특별 수당 백만 원으로 엄마를 고용한 소년과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되어버린 남자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아이와 어른의 특별한 성장기록
“지금부터 엄만호 씨는 제 엄마세요.”
★★★★★
박서련 소설가, 권희린 교사 추천!
때로 미소 짓고 자주 폭소하며 읽게 되겠지만, 어느 순간 날아오는 몸쪽 꽉 찬 직구 같은 깨달음은 당신을 조금 눈물짓게 할지도 모른다. _박서련(소설가)
“월급 백만 원에 고용된 ‘가짜 엄마’가 혈연보다 더 깊은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갇혀 있던 고정관념을 허물고, 우리가 진정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_권희린(장충고 교사)
엄마가 백만 원이라고? 뭔가 수상하다. 엄마를 고용한다더니 굳이 ‘아저씨’를 선택한 열일곱 야구 소년 최민찬은 더 수상하다. 게다가 채용 조건이란 게 ‘최민찬의 모든 야구 경기를 직관해야 함’, 단 하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가족 지원 제도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이 제도를 이용하면 시험을 통과해 가족 지원 공무원이 된 어른을 가족으로 채용할 수 있다. 민찬은 이 서비스를 통해 엄마를 구하는 공고를 냈다. 경력도, 자격도 필요 없으니 그냥 자신의 야구 경기를 보기만 하면 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그런데 민찬은 파격적인 조건보다 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남자인 엄만호를 엄마로 채용한 것이다. 그 이유가 이력서에 쓰인 엄만호의 특기가 ‘계란’이어서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성장과정은 ‘이 정도로 자란 건 인간 승리’, 지원 동기는 ‘밥벌이’, 직무 역량은 ‘해봐야 알 듯’, 성격의 장단점은 ‘인간 다 비슷함’, 하지만 계란으로 하는 요리는 다 잘한단다. 언뜻 보기에 성의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지만, 요령 없이 한복판에 꽂아 넣는 직구 같은 엄만호의 이력서에서 민찬은 과대 포장이 아닌 알짜배기를 발견한다. 그렇게 둘은 엄마와 아들이 되었다.
‘엄마를 면접으로 뽑는다’라는 설정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직관적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설정이다. 게임처럼 상상할 수 있고, 호기심을 강하게 일으킨다. 또한 아이가 직접 부모를 선택하면서 ‘선택권’이라는 권력의 전복을 보여준다. 통제받는 존재에서 선택하는 존재로 전환되는 것이다. 부모의 통제 아래 ‘자유롭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특이한 설정은 민찬이 선택한 ‘엄마’가 남자라는 점이다. 기존의 성역할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설정은 엄마는 당연히 여자라는 아주 근본적인 정의를 뒤흔든다. 그러나 주인공의 결핍이나 성역할에 대한 담론이 거창하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단지 ‘엄마가 남자일 수도 있다’라는 설정 정도로 가볍게 제시하며, 이상한 것이 언젠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독자가 기존의 편견을 넘어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으니, 이후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누군가에겐 간절한 꿈인 존재, 가족
우리는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진정한 가족이 된다
“그런데요, 엄마. 이렇게 평범한 결말을 가지는 게 평생 꿈이었던 사람도 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를, 그것도 ‘남자 엄마’를 얻은 민찬과 졸지에 고등학생 남자애의 ‘엄마’가 된 만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돈으로 얻은 데다 남자 엄마이니 아주 특이하고 특별하게 살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늘 혼자이던 집에 만호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민찬은 드디어 평범한 일상을 얻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소리가 생기고, 물건이 생기고, 향기가 생겼다. 반대로, 냄새도 생기고, 먼지도 생기고, 투정도 생겼다. 엄마가, 그것도 남자 엄마가 생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드디어 남들이 누리는 평범함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 민찬에게는 더 특별했다.
이 둘이 이루는 가족의 가장 특별한 점은 둘 사이에 있는 선을 지워가는 과정에 있다. 만호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엄마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민찬과 대충 월급 받으며 민찬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버티자고 생각하는 만호. 둘의 생각은 아침밥을 함께 나눠 먹고, 새벽 등굣길을 같이 걷고, 서로를 엄마와 아들이라 부르며 조금씩 허물어진다. 만호를 채용하기 전 민찬에게 엄마가 필요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식사를 차려주거나 빨래를 해주거나 공부를 봐주는 엄마가 아니라, 경기가 끝나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었으면 했다.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못했을 때는 못했다고 같이 좋아하고 속상해하고 때로는 혼내기도 하는 그 ‘당연한’ 존재를 바랐다. 그런 민찬에게 만호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당연한 존재가 되어준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가고, 민찬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우리 애 괴롭히지 말라’고 화내준다. 민찬은 새삼스레 깨닫는다. 처음 가져본 엄마, 그 엄마가 이렇게 든든한 존재였다는 걸.
우리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실제로 당연하기도 하다. 너무나 당연해서 때로는 철없는 마음으로 ‘차라리 없다면?’ ‘다른 사람이라면?’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한 존재가 부재할 때 비로소 그 당연함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민찬과 만호는 당연해지기 위해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돈으로 얽혀 있어도, 피가 섞이지 않아도, 그럼에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아이와 어른이 동등한 선택권을 가지는 세계
가족을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피가 섞이건 안 섞이건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가 택한 엄마랑 살겠습니다.”
가족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회는 가족을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정의한다. 법적인 기준도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족으로 묶여 있는 한 서로 사랑해도 가족이고 미워해도 가족이다.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가졌다면 큰 행운이지만 가족끼리 서로 미워한다면 그만한 불행도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성년자는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모는 입양할 때도 아이를 선택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행복과 불행을 모두 어른에게 저당 잡힌, 지극히 어른의 입장으로만 구성된 관계이다. 하지만 『백만 원짜리 엄마』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선택권을 준다. 면접자는 아이가 고르지만 면접을 통과한 어른에게는 거부권이 있다.
“그런데요, 담당자님. 혹시 피고용인은 거부권이 있나요?”
“거부권이요?”
“면접을 보고 나서 고용인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게 있나 해서요.”
“당연히 있죠. 가족 지원 공무원 면접은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평가하는 절차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삶이 이리저리 섞이게 될 텐데,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되면 안 되니까요. 음, 이를테면 사랑의 작대기 같은 거?” _49쪽
이러한 설정은 아이와 어른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맞춰준다. 서로 가족이 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소설 속 민찬의 할아버지인 최 회장은 민찬에게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훌륭한 야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 계획과 최고급 식단을 제공하고 전문 코치를 붙여주겠다고 약속한다. 민찬과 만호가 이룬 가족은 피가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단호하게 ‘가짜’라고 말하는 최 회장은 상황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와 민찬 사이의 힘은 불균형하다. 그럼에도 민찬은 최 회장에게 조건을 걸며 두려움 없이 맞선다. 성공한 야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탄탄대로를 깔아줄 가족과 자신의 곁에서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가족 사이에서 민찬이 내리는 선택은 『백만 원짜리 엄마』를 통틀어 어떤 결정보다 가장 주체적이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상대방과 합의하는 것.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는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만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백만 원짜리 엄마』가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목차
프롤로그
1. 겸손하면 진다
2. 나? 최민찬 엄마
3. 얼굴 보고 토킹
4. 모두의 애니
5. 오타니가 되어주는 수밖에
6. 미처 실패하지 못한 상상
7. 인류애의 세계
8. 달의 10번 출구
9. 한복판에 스트라이크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 모두 동의하셨으니까 이제 사인을 위해 계약상 호칭을 적어주시면 되는데요. 이건 시스템 등록할 때 편의상 적는 거라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실제로 부르는 호칭은 다르게 하셔도 되니까요. 민찬 군, 엄만호 씨를 어떻게 호칭하시겠어요? 고민하실 시간이 필요하면 며칠……”
고민할 시간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존재는 오랫동안 단 하나였다.
“엄마요.”
투 머치 토커와 공무원의 시선이 한순간에 내 얼굴로 집중되었다.
“지금부터 엄만호 씨는 제 엄마세요.”
엄마는 참 이상한 재주가 있다. 무지 느끼한 말을 해도 느끼하지 않게 느껴진다. 아주아주 기름진 프라이드치킨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웃고 싶으면 웃어. 참지 말고.”
엄마의 걸음걸이가 기분 탓인지 좀 느려진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나와 엄마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무겁냐?”
엄마가 나를 곁눈질로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네.”
“들어줘야 하냐?”
“별로요.”
“그래라.”
엄마는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했다. 자칭 엄청나게 따뜻한 숨이 차가운 공기를 뚫고 폴폴 피어올랐다. 오늘 새벽, 열일곱 번째 하품이었다. 그리고 그 하품은 열일곱 내 인생에서 가장 선명하고 뜨거운 하품이었다.
“당신 뭐예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 붙잡고 훈계야, 훈계는? 기가 막혀 죽겠네.”
“나? 최민찬 엄마.”
돌아본 엄마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천연했다.
“민찬이 엄마예요, 제가.”
아줌마의 역정 가득한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화하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 없는 데서 애 괴롭힐 생각 마시고.”
나는 모자챙으로 겨우 가렸던 얼굴을 퍼뜩 들어 엄마를 바라봤다.
“다음에 볼 땐 이왕이면 예의도 좀 장착하시고.”
아줌마는 마치 정지화면처럼 멈춰서 입술을 달싹였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엄마는 그대로 뒤를 돌아 휘파람을 마저 불며 더그아웃 밖으로 향했다.
“어이, 인류애. 교문 벤치에 있을게. 후딱 짐 싸서 나와라. 3분 준다.”
민찬이 엄마.
엄마가 이렇게나 근사한 단어였던가. 아니, 이렇게나 든든한 단어였던가.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라커 룸으로 뛰어갔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생경해 자꾸만 멈춰서 숨을 골라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