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8832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12-31
책 소개
목차
■ 여는 글 - 신화의 바다, 반구천
강현숙_ 천전리 각석 가는 길
곽구영_ 물속으로 들어간 말을 찾으면 옥색 하늘이 비칩니다
구명자_ 그들은 이제
김윤삼_ 취업 공고판, 반구대
김종원_ 그곳에는
김태수_ 야문 돌 하나 돌팔매 되어
나정욱_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노효지_ 천전리, 기억의 바위
도순태_ 벽벽(碧碧)
백무산_ 다시 천전리 암각화 앞에서
서 경_ 2017년 가을, 반구대 암각화
손인식_ 여나산곡(餘那山曲)
송은숙_ 바위의 씨앗
엄하경_ 암각화 속으로
이노형_ 울산역에서
이병길_ 사랑, 암각하다
이수진_ 반구대 블루스
이숙희_ 암각화
이인호_ 비가 새긴 그림
이제향_ 반구대 암각화
임 윤_ 선사시대의 밤
장상관_ 암석으로 가는 암각화
정석봉_ 대곡천 암각화
정성희_ 무량한 바위 책입니다
정소슬_ 호랑이 담배 피던 마을, 한실
조덕자_ 그대에게 가는 길
조 숙_ 기억하다
조숙향_ 강물에 갇혀
황주경_ 오래된 달력
박기눙_ 각서, 각식, 각석의 변주
이동고_ 도착한 날
■ 참여한 작가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천전리 각석 가는 길
강현숙
고라니 지나가는 길
새들 쉬어 가는 곳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무애의 걸음으로
이 세상에 온 적 없다는 듯이
이 세상 살지 않은 듯이
훌훌 왔다가 훌훌 져버리는
여름날 저 붉은 백일홍처럼만
살다가 져버렸으면 한다
끝없이 시공간을 탈주하며
어딘가로 흘러가고 싶을 뿐,
굳이 길이어야 했을까
굳이 새겨지는 의미라야 했을까
다시 천전리 암각화 앞에서
백무산
다들 어디로 떠나버렸나요
여기 왜 적막한 고요만이 남은 거죠
나는 얼마나 오래 떠돌았나요
바위에 새긴 글들이 바람에 다 지워지도록
기억의 흔적들이 물에 다 씻겨 가버리도록
얼마나 오래 길을 잃고 떠돌았나요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나요
돌아오면 찾아오라 바위에 길을 그려두었나요
이것은 물길이고 저것은 산맥입니다
저 너머 어딘가에 터를 잡았나요
저것은 바다이고 이것은 뱃길입니다
이곳을 떠나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먼 옛날 아프리카를 떠났듯이
그렇게 검치호랑이 메간테리온을 따라
어머니의 땅을 떠났듯이
해류를 타고 귀신고래를 따라 북해로 떠났나요
이 평화롭던 땅에 무슨 불화가 있었던가요
참혹한 전쟁을 치러야 했나요
힘겹게 일군 행복이 타인에게는 지옥이 되었나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나요
내일을 발명했나요
다시 얼음이 뒤덮이고 봄이 오지 않았나요
불타는 욕망이 숲을 태워버렸나요
저 너머를 발명했나요
물을 건넜나요 저것은 먼 바다의 섬입니다
저 그림은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돌아온 나는 떠난 내가 아닙니다
나는 다른 짐승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내가 새긴 그림도 알아차리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