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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36710
· 쪽수 : 512쪽
책 소개
목차
1. 나를 놓다
2. 싫습니다
3. 안전선
4. 캐러멜 두 개
5. 풀리기 시작한 타래
6. 할머니의 유품
7. 비공식적 의뢰
8. 믿어 주세요
에필로그
외전 1. 비밀
외전 2. 선물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전하네요, 상무님은.”
“무슨 뜻이지.”
성현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절 달랠 때 항상 하신 말이잖아요. 비싼 옷, 비싼 차, 비싼 식당. 오로지 금전적인 것들.”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이루어 줄 능력이 되니까.”
마주쳐 오는 그녀의 눈을 보며 성현은 깨달았다. 자신이 전에 없이 초조해진 이유를.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 유리알 같던 눈동자 가득 담겨 있던 감정들을, 쉽게 좇을 수 있었던 감정들을 이제는 읽을 수가 없어서.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셨죠? 저는 상무님이 제게서 이제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원해요.”
“……뭐?”
성현은 제 귀를 의심했다.
“한유하.”
그에게서 터져 나온 이름이, 마치 절규처럼 들리는 것은 착각일까. 그녀의 심장이 죄어 왔다.
“네가 지금 무슨 소릴 한 건지 알기나 하는 거야?”
“죄송해요.”
유하는 그 말을 끝으로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선 유하의 손목을 성현이 낚아챘다.
뒤돌려진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자 몸이 휘청이며 뒤에 있는 소파로 풀썩 쓰러졌다.
성현이 그 위에 올라탄 것은 눈 깜짝할 새였다.
“누구 맘대로.”
“상무님.”
“먼저 온 건 너야. 널 가지라 한 것도 너야.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나한테 더 이상 뭘 바라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대로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 것도.”
“…….”
“다 너야.”
유하는 뜨거운 숨결이 훅 끼칠 만큼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애꿎은 입술만 짓씹었다.
“근데 이제 와서 뭐?”
이제 와서가 아니에요. 유하는 속으로 답했다.
항상 갈구하던 것들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억누르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그녀였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메마른 땅에 한 줄기 단비 같은 그의 관심과 애정조차도 그녀에겐 오아시스 같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그 끝을 봤어요.’
당신과 나의 말로를.
그토록 원해 마지않던 당신이, 직접 나를 무너뜨리는 것까지도.
그러니까.
“놔주세요.”
“그 입 다물어.”
성현이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