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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7901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3-06-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화 『인어의 꿈』
막간 ①
제2화 『7월의 눈』
막간 ②
에필로그
후기
책속에서
가마쿠라는 다양한 것들이 어우러진 거리이다.
북쪽으로 가면 겐지산이나 가마쿠라산 같은 산이 있는 반면, 남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유이가하마나 자이모쿠자 등을 비롯한 모래사장에 다다를 수 있다. 역 앞에는 번화가나 상점가 등도 있어 붐비는 반면,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면 녹색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주택가가 있다. 또 사찰이나 사적 등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쓰루오카 하치만구나 하세데라, 고쿠라쿠지 등 유명한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사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묘지의 수도 많다는 것이다.
본가를 나온 내가 향한 곳은 그중 하나였다.
산골짜기를 따라 난 길 끝에 있는 작은 절. 그 한쪽 구석에 있는, 새 꽃이 올려진 묘표.
그곳에…… 그녀와 그녀의 할머니가 잠들어 있었다.
“……왔어.”
여기 이렇게 오는 건 처음이었다.
지난 1년간, 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마주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마주하고 나면, 그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 버릴 것만 같았다. 혼자만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현실로써 나를 덮어쓰고 말 것 같았다. 나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만 그녀가.
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편지지를 오른손으로 집었다. 거기에는 그녀의 글씨로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도오루는, 살아 줘’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것 때문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바람을 타고 새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하얀 햇살에 비쳐 우두커니 떠오른 묘표는, 어딘가 백일몽 같아 현실감이 없다. 그런 나를 야유하듯, 발밑으로 검은 고양이가 지나갔다.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도 도망치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죽어 버렸다는 현실에서.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