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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0188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3-05-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7
1. 비를 마중하며 만난 인연들……17
2. 뜻밖의 재회……39
3. 어설픈 중매……101
4. 불꽃……140
5. 사귀는 여자의 조건……162
6. 그의 여자친구?……205
7. 그의 남자친구!……261
8. 청혼……297
9. 사랑은 비를 타고……330
에필로그……357
저자소개
책속에서
“또 비를 마중나가시는 겐가?”
가인이 책장을 넘기며 아주 감상적인 회상에 잠겨 있는 진주를 매몰차게 깨우며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냥, 밤공기나 쐴까 해서 말이오.”
그녀의 말에 가인이 다 안다는 듯 씩 웃었다.
“오늘은 좀 늦으시겠네?”
그리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단언했다. 진주는 그녀의 등에다 뾰족한 눈을 찔러 넣고는 레인코트를 입었다. 장화를 신고 우산까지 챙겼다.
“오다가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오소.”
가인 딴에는 진주에게 그런 식으로 잘 다녀오라고 말하는 거다.
“나 잠들기 전에.”
가인의 말에 진주는 입을 삐쭉이고는 원룸을 나왔다.
“너 알지? 나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짱인 거. 내일 아침 굶기 싫으면 얼른 대령하는 것이 네 신상에 좋을 거야.”
가인의 말을 흘려들으며 밖으로 나왔다. 비오는 밤이었다. 주거지역이긴 했으나, 인근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 있어 좀 위험한 밤길이기도 했다. 그러니 가인이 괜히 겁을 주는 건 아니었다.
깊은 들숨으로 축축한 비 내음을 빨아마셨다. 흙내음 같기도 하고 풀내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곳이 어디든 비가 오면 공기는 한없이 맑아졌다.
진주는 비를 찰박찰박 밟고 걸으며 한 바퀴만 돌 생각이었다. 비가 내려 인적이 드문 밤길은 가인의 협박 아닌 협박이 아니어도 그녀 역시 좀 무서웠다.
비에 대해 이렇게 감상적이 되어버린 것은 여덟 살 되던 해였다. 그날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리고 집안은 온통 만신창이가 되었다. 집기들이 요란하게 날아다녔고, 여자의 비명소리가 귀를 찢어댔다.
진주는 귀를 막으며 그녀의 방에 앉아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부모님은 언제부터인가 자주 다투었다. 그리고 강도가 점점 더 고약해졌다.
어린 진주의 심장이 덜컹거리고 무서웠다. 아무리 귀를 막아도 악다구니를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외면하고 싶었다.
진주는 창문을 열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비를 억수같이 퍼부어댔다. 비 소리가 거실에서 우당탕 깨지는 소리를 그나마 조금 희석시켰다.
귀를 막은 채 비를 보고 있는데, 그녀의 시선 아래로 어머니의 정수리가 들어왔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고 먼 길을 떠나는 자신을 닮은 어머니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가인과 진주는 닮은꼴이었다.
‘네 어머니가 나와 널 참을 수 없다는 구나.’
거실로 나오니 창호가 말했다. 당신 손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 그날부터 황창호는 진주에게 집착을 했다. 진주가 당신을 떠나버린 아내의 축소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이후 진주는 비를 마중했다. 아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건 배웅이었다. 비 냄새와 함께 떠나버린 어머니에게 하는 배웅.
비는 친어머니, 안은정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