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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342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5-04-08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와 어두운 조명이 전과 달리 퇴폐적으로 느껴졌다. 수연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제 현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스티븐이 보여준 것은 그녀의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게 분명했다.
“한잔할 테야?”
담배를 꺼내 물고서는 빈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그리고 얼음을 넣은 뒤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앞으로 내민 잔을 움켜쥔 수연의 손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돈이면 뭐든 다 한다고 했나?”
스티븐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겠지.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
딱히 대답을 원한 것도 아니고,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고 있었다.
“방금 여자 세 명이 여기서 놀았어. 너보다 훨씬 스킬이 뛰어나지. 오랄도 잘하고 말이야. 물론 아래도 끝내주지. 돈이면 뭐든 다 하는 여자들이야.”
“……!”
“그런데 너도 저런 여자들이랑 같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잔뜩 배어 있었다. 아니, 분노에 가까웠다.
“저는 돈이 필요했고, 그것 때문에 사장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러니 저들과 다를 바도 없죠. 그런데 뭘 확인하고 싶으신 거죠?”
“똑똑하니까 말도 잘하는군. 빌어먹을.”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잔을 들이켰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수연의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난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물건인 줄 몰랐어. 그런데 오늘 아침에 네게 그러고 난 뒤, 내 입에선 끊임없이 욕이 나오는 거야. 내가 아주 형편없는 놈처럼 느껴졌어. 네가 내걸 빨면 죽을 만큼 좋으면서도 그 딴소릴 퍼붓고 뛰쳐나왔지. 여전히 성난 물건을 어쩌지 못하고 화장실로 가서 손으로 풀어냈지. 네 얼굴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
“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까,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못해서 화가 났던 거라고.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 안 그래?”
시니컬하게 묻는 말에 수연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가 갑작스럽게 이런 식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는 여러모로 볼 때, 꽤 괜찮은 남자가 분명했다.
그는 다시 잔을 채우고 술을 삼켰다.
황금색이 출렁거리며 넘쳐 흘렀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들이켰다.
“그런데 말이야, 난 너만 보면 여기가 아프도록 서는데, 왜 다른 여자를 보면 서지 않은 걸까. 너보다 잘빠진 여자 세 명이 들어와서 온갖 교태를 부려도 이 녀석이 반응하지 않는 거야.”
“……!”
“웃기지. 웃기지 않아? 그런데 지금은 미치도록 날뛰고 있어. 너를 보는 순간 이렇게 되는 거야. 이봐, 수연……. 도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한껏 풀어져 있던 회색빛 눈동자에 서서히 광채가 흘렀다.
스티븐은 다리를 꼬며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물은 뒤, 라이터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 빙그르르 돌던 라이터가 그녀 앞에 와서 멈추었다.
“그거 가지고 이리 와. 내 옆으로.”
쉰 듯 낮아진 목소리가 심장을 움켜쥐었다. 수연은 속으로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왔을까요. 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줄 수 있나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만약 당신을 좋아한다면…….
수연은 그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라이터를 켜서 얼굴 앞으로 갖다 댔다. 내리뜬 속눈썹이 차양을 드리우듯 얼굴에 그늘을 만들었다. 머리털과 같은 황금빛의 속눈썹이 아름다웠다.
육감적인 입술에 물린 담배를 볼이 홀쭉하도록 빨아 당긴 뒤 고개를 들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느른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훑으며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문질렀다.
“이 입술이 닿는 순간 싸버릴 뻔했어.”
수연은 그의 입술로 시선을 옮겼다. 저 입술에선 야한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이젠 그녀도 면역된 걸까. 조각 같은 콧날 아래 육감적인 입술이 물고 있는 담배에 시선을 뒀다. 주홍빛이 타닥타닥 타들어 갔다.
그리고 혓바닥 같은 시선이 그녀의 입술을 핥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이야. 이런 기분은.”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