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450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17-06-09
책 소개
목차
Chapter 1. 그럼에도 불구하고
Chapter 2. 끝없이 이어진 시간들 속에서
Chapter 3. 마침내 맞닿아
Chapter 4. 행복하기를
저자소개
책속에서
의식하고 눈을 감고 있다 보니 눈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한계야, 한계. 세르피엔이 슬그머니 한 쪽 눈을 뜨자 아니나 다를까 쉬안 공자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 안 오시지요? 저도 잠을 못 이루는데 전하는 오죽하겠습니까.”
“나는 공자처럼 까다롭지 않아서 잘 자고 있었네. 공자의 시선이 강렬해서 잠시 잠이 깼던 것뿐이니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좀 멀리 떨어져주지 않겠나?”
세르피엔은 그 어색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방어했다.
“눈가 근육이 파들거리는 것, 다 봤습니다.”
세르피엔은 한숨을 쉬며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자고 있었다고 우겨봐야 쉬안 공자는 안 믿을 것이었다.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쉬안 공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뭐라고 말하든 듣지를 않았다. 쉬안 공자의 짐작이 틀린 것을 본적이 없다는 것은 더욱 기분 나빴다.
“안 주무시고 계셨죠?”
쉬안 공자는 말에 쇄기라도 박으려는 것인지 재차 물었다. 세르피엔도 결국엔 부정하기를 포기하고 변명을 택했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바닥은 딱딱하고요.”
“게다가 식사는 배설물 맛이고.”
“맞습니다. 입으로 숨을 쉬어도 느껴지는 냄새는 또 어떻고요.”
서로가 야영에 대해 불만을 하나씩 털어낼 때 마다 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 다 곱게 자란 아가씨, 도련님이라 생각하는 것이 똑같았다.
“그래도 이런 풍경은 좀 예쁘지 않습니까?”
쉬안 공자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따라 하늘을 바라본 세르피엔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동그랗게 보이는 하늘은 마치 하늘에 생긴 연못 같았다. 바람에 나무 이파리가 흔들릴 때면 마치 파문이 인 호수처럼 하늘이 흔들렸다. 이파리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보름달은 환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그 주위로 떠있는 별들은 바람이 불적마다 일렁거리며 저에게로 떨어져 내릴 것 같이 총총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아름답구나.
손을 뻗으면 찰랑, 하면서 하늘의 일부분을 떠올 수 있을 것만 같아. 세르피엔이 하늘이 향해 손을 뻗었다. 닿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 손가락 사이로 출렁이는 하늘이, 반짝이는 별빛이, 흩날리는 나뭇잎이,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눈물이 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하늘에 연못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