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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5250662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6-10-17
책 소개
목차
1부 고딩이라는 생명체
처방전으로 팁 주는 한병수 ◆ 혈서로 반성문 쓴 김종민 ◆ 말랑하고 흔들거리고 살아 있는 김해진 ◆ 아보카도 보이 임지범 ◆ 탐폰 사러 나가는 여고생 김희아 ◆ 바람 속 먼지 같은 박진우◆ 교실로 짜장면을 배달시킨 안정문 ◆ 따뜻하게 안아 주었던 박아름 ◆ 마른 나뭇가지 같던 우재건 ◆ 생리 조퇴하는 김애리 ◆ 바닥 쓸고 골반 댄스 추는 진수아 _ 104 ◆ 사기 외모 사기 캐릭터 김동엽 ◆ 숏커트를 사랑한 지연경 ◆ 부드럽고 미끄럽고 위험한 백소라 남자를 사랑한 남자 김현 ◆ “뚫어 줘”라고 말하는 홍민영 ◆ 대한민국 1% 하성희 ◆ 아들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김준호 ◆ 백 퍼센트의 여자아이 황미애
2부 학교라는 서식지
성교육 ◆ 세헤라자드 ◆ 여학생 화장 ◆ 난 네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_ 196 ◆ 변신하는 사람들 ◆ 포인트 피로 ◆ 아침 울렁증 환자의 가련하고도 실현 불가능한 소망 ◆ 나는 하농이다 ◆ 관점 차이 ◆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 ◆ 모데라토 ◆ 양심적 단속 거부 ◆ 10월의 휴머니즘 ◆ 잘못된 가설 ◆ 지하철 홍대 입구 8번 출구 ◆ 전기수 vs. 교사 ◆ 할리우드 로코 같은 ◆ 무라카미 테라피 ◆ 끝까지 살아남는 거야 ◆ 심야의 계란 후라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운전은 면허증 딴 다음에 해야 되는 거처럼 섹스는 결혼한 다음에만 할 수 있대. 야 웃지 마. 진짜 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낙태도 하면 안 되고 피임약은 한 알도 먹으면 안 된대. 내가 정리를 좀 해 봤는데 그니까 이 아줌마 말대로면 태어난다, 섹스는 한 번도 안 한다, 결혼을 한다, 그 다음 그 배우자랑만 한다, 만약에 결혼을 안 하면 죽을 때까지 섹스를 할 수 없다, 결혼을 40살에 하면 그래도 40살에 첫 섹스를 할 수 있다. 그럼 이혼하면 다시 섹스 못 하는 겁니까? 아 놔, 이런 거 질문하고 싶었는데.
- <성교육> 중에서
- 종민아, 이…… 이게 뭐냐. 피 색깔과 완전 똑같은 색을 어디서 찾았냐.
- 선생님. 그거 진짜 피예요.
- 뭐? 왜 그런 짓을……?
- 저는요, 선생님…… 그날 너무 창피했어요. 제가 선생님께 너무 큰 잘못을 했어요.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불성실한 사람으로 보신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괴로웠어요.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는데요…… 아무래도 손가락을 따는 게 좋겠더라고요.
- 아…… 종민아.
- <혈서로 반성문 쓴 김종민> 중에서
우리는 모두 스킨십에 목말라 있는 게 아닐까.
닥치고 포옹.
그냥 손잡아 주기.
그런 것 말이다.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위로하고 핑계대고
그런 거 말고
그냥 고개 끄덕여 주고 손잡아 주고 꽉 안아 주는 것.
그런 것이 우리 삶에 몇 퍼센트나 될까.
우리는 모두 따뜻하게 손잡고 고즈넉하게 있고 싶다.
가만히 혹은 격하게 끌어안고 싶다.
누가 그냥 내 손을 따뜻하고 담백하게 잡아 주면 좋겠다.
가끔은 확 끌어안아 주면 좋겠다.
- <따뜻하게 안아 주었던 박아름>
‘온 세상이 배울 것 천지인데, ‘나’라는 개인에게 필요한 특정한 지식이나 감수성은 그걸 지닌 사람에게 가서 배워야 되는 건데. 선생을 찾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고, 험난한 게 당연한 건데. 학생과 선생이 만나는 일은 이렇게 무미건조한 게 아니라 가슴 벅차는 일인데. 얼마나 이상한가. 학교라는 건물에 가면 ‘선생’이라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고 하루 종일 그 선생이라는 자가 어떤 공간에 시간마다 들어온다. 그중 ‘담임’이라는 작자가 가장 이상하다. 넌 뭐가 문제고 넌 뭐가 장점이고 이러면서 인생 상담까지 한다. 진짜 부조리하고 코믹하다……. 가르칠 사람이 학생을 선택할 수도 없고, 학생이 선생을 선택할 수도 없는 이런 부조리한 상태에 대해 먼 훗날 누군가는 경악하거나 비웃을 게 틀림없다.
- <전기수 vs. 교사> 중에서
사실 ‘-답다’라는 접미사 자체가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 애 엄마면 애 엄마답게 처신하란 말이야.
- 교사면 교사다워야지 그게 무슨 짓이냐.
- 여자가 여자답지 못하게……
자, 이렇게 문장 단위에서 살아 꿈틀대는 꼬락서니를 보면 느낌이 확 온다.
누구건 간에 자신이 분류되는 카테고리 그 자체를 구현할 수 있는 인간은 없건만. ‘표준어’라는 것이 이상적인 지향일 뿐 실재하는 것이 아니듯, 애 엄마라 해서 24시 애 엄마스러운 뭔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교사라 해서 24시 교사이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답게’라는 것은 사용하는 자 편의대로 아무렇게나 툭 튀어나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 <양심적 단속 거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