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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221180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5-09-21
책 소개
목차
제 1 부
겨울 추억
올게닉 뷔페
구름 같은 그리움
석류의 계절에
맘껏 좋아하라
아담이여
축제의 날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느니
진짜 멋진 사람
전쟁의 아픈 추억
연말에 가슴으로 외치는 호소
제 2 부
직업에 얽힌 이야기
페인트칠하다가 만들어진 친구
콩만큼 점수 받은 날
해악의 언어
불발탄 계엄령
헌터 옵티미스 프라임
줄을 잘 서지
CCTV 민족
내 어머니의 도토리묵
네 여장부의 밤
군대 이야기
제 3 부
정해진 대로
산과 가뭄
데스밸리의 찬란한 밤
산 보다 귀한 존재감
자연에로의 초대
하얀 낮달
옥색 칸타타
문학행사를 마치고
돌 세상
연말의 하루
아픈 돈
제 4 부
축복의 나라
정신을 차리자
위대한 도구, 육신
TV광, 토끼
저마다의 향기
물처럼
종이비행기의 한 마디
봄과 신新청년
모래 위에 쓰다
봄볕
새해에도 문인의 길을 걸을 것이다
작품해설
이숙이 수필의 존재론적 사유 _ 한상렬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이 되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동네 청년들이 산중턱에서부터 물을 부어 놓아 미끄럼을 만든다. 그러면 꼬마들은 자기 집에 있는 대야나 큰 함지를 가지고 나와 신이 나게 탔다. 경사진 얼음판이라 급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가니까 겁도 나고 재미있기도 해서 함성을 지르며 타고 또 탔다. 그 당시의 겨울철 놀이로는 긴장감이 만점인 놀이였지 싶다. 다 큰 청년들이 낮에는 창피해서 안 나오다가도 밤이 되면 살짝 나와서 타곤 했다. 비명과 탄성 그리고 웃음소리가 산동네를 가득 메웠다. 지금도 그렇게 노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맨 바지로 앉아 타니까 열 번쯤 타고 나면 바지가 걸레가 되고 만다. 겨울 바지는 엉덩이를 깁지 않은 게 없었다. 동네 꼬마들이 거의 다 천으로 엉덩이를 댄 두더기 같은 바지를 입고 다녔다.
- 1부 / 겨울추억 중에서 -
아버지의 위기를 목격한 아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듯 식단개선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쌀밥, 설탕, 짠 음식, 밀가루 음식, 드링크류……. 그러면서 맵고 짜고 단것을 좋아하는 나까지 아버지와 함께 시행하란다. 특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보리잡곡밥에 싱거운 반찬을 아버지와 함께 먹으라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커피는 하루 한 잔, 대신 차를 마시라며 Green Tea, 꽃차, Rooibos Tea, Hibiscus 등을 잔뜩 사다 놓았다. 또 있다. 달걀은 일주일에 3개 이상은 먹지 마라. 육류도 한 주에 두 번 이상은 안 된다. 대신 채소샐러드, 바나나 한 개, 뭐든 소량을 먹으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들 주머니에서 두 개의 만보기를 꺼내면서, 하루에 만 보씩 걸으라며 조그마한 계수기까지 주었다.
다음날부터 우리 부부는 무슨 죄수처럼 그걸 허리에 차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밖을 나오면 제일 먼저 날씨에 관해 관심이 많아졌다.
- 2부 / 불발탄 계엄령 중에서 -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대표기도가 첫말은 들리고 뒷말은 흐물흐물 안 들리는 게 아니한가. 큰일이지 싶다. 좀 간단하게 기도를 끝내면 좋으련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길기도 하다.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그리고는 하나님과 남편에게 죄송해지기 시작했다. 땀은 이내 눈물로 변해 소리는 못 내고, 밥 못 먹인 죄송한 마음에 눈물만 흘러내렸다.
예배가 끝나고 교제시간이다. 나는 많은 성도 앞에서 이실직고했다. 아침밥을 굶겼더니 대표기도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목사님을 비롯해 자초지종 사연을 들은 교인들은 배꼽을 잡는다. 다들 “대표기도 해야 할 막중한 남편을 굶기고 먹지도 못하는 콩을 권한 마누라의 상급은 콩만큼만 받아야 한다.”라고 한다. 나는 이에 “오늘만큼은 콩만큼 점수 받아도 미안하다.”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 2부 / 콩만큼 점수 받은 날 -
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근원이 그런 사람들이 뿌려놓은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일등석을 가려놓은 커튼 때문에 몇백 명의 탑승객이 안 보였을 것이다.
미국 일간지에도 귀공녀 운운하며 일침을 가하는 기사를 본다. 사고방식이 다른 이곳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할 일이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사람의 의식 수준이 투정은 받아 준다. 하지만 불의를 싫어하고 내치려는 높은 수준에 있음을 이번 일로 알게 되었다. 선진대열에 서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민의 바른 사회개념과 긍지를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껴본다. 누구나 부와 권력을 가져 보기를 원한다.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것을 남용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게 내 것인 양 휘두르니까 나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 4부 / 종이비행기의 한 마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