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외상

펴내는 글
너나 없는 세상에서 04

하나 - 밥이냐 군것질이냐

바람 따라가는 길 012
달콤한 외상 018
주인 잃은 컵라면 024
인연의 비타 500 029
사랑의 전령사 초콜릿 034
자화상 040
밥이냐 군것질이냐 047
내 식구 챙기기 052
인연 058
무지개 향기 065

둘 - 다정한 손

일석이조의 요구르트 071
하나 더하기 하나 075
재고의 구멍 079
와플이 꿈꾼 로맨스 083
번데기의 위안 087
다정한 손 092
웃음의 보약을 파는 편의점 097
이기적인 발주 102
이심전심 108
이방의 고운 마음 113

셋 - 약은 약이다

이방인의 충전 120
미운 오리를 닮은 담배 125
겉과 곁 131
소리쳐 135
뭣이 고급인디 140
쩐의 수난 144
약은 약이다 149
겨울 마음 153
안주 사랑 157
긴 기다림 161

넷 - 먹고 또 먹고 감사하기

가방 안의 꿈 168
쓰레기봉투의 외침 172
커피나무 176
이유 있는 술자리 180
기계치의 반란 185
맵지 않아요 189
지키는 삶 193
먹고 또 먹고 감사하기 197
달걀이 달걀이지 201
만물상의 철학 205

인연 하나
학원 옆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오랜 세월 학원의 아이들과 나의 허기를 채워준 고마운 곳간이었다.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아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자그마한 가게가 이방인에게 어찌 비칠지 궁금하기도 했다.
건물의 새 단장 소식과 함께 아저씨와의 이별 소식이 들려왔다.
궁 담 길에는 물 한 모금 적시고 쉬어갈 쉼터가 필요하단 생각에 요즘 대세인 편의점 모퉁이에서 서성거렸다. 여러 회사에 문의하고 상담 받고 고심의 연속이었다. 갈팡질팡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 더 결정에 의문을 가졌다.
결국, 선택의 중요한 열쇠는 담당자의 성실한 태도였다. 싫다는 데도 찰떡처럼 매달리는 집착도, 상대방 깎아내리기도, 지나친 자만심도 아닌 담백한 소리를 원한 거였는데 개발부의 담당자는 그렇게 소박해서 좋았다.
물론 회사와의 계약은 완전체의 만족감을 주진 않고 때로는 갑과 을의 공방으로 맞서지만 그래도 서로 일말의 진실로 마주한다면 이윤의 논리쯤은 이해의 폭으로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계약을 맡은 개발부와는 서면의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인연의 막을 내리고 교육부의 지원으로 도움을 받는다. 어설픈 점주를 도와줄 든든한 지원군의 활약으로 편의점 운영 전반에 걸쳐 두루두루 알게 되고 서비스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한 달 가까이 매일 만나다 보니 못 볼 거 없이 다 드러내 보이게 된다. 하루는 딸과 말다툼이 시작돼 실수를 부각하는 딸에게 화가 나 퍼부어대고 있을 때 들어선 대리님이 중재하고 위로해주며 쉬라고 등 떠밀어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다.
사람 사는 게 별것 있을 리 없으니 직원들과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서로의 입장을 나누며 익숙해져 간다. 초보의 길을 살며 시 벗어나면 영업부와의 길고 긴 만남을 예고한다. 점주는 일 잘하고 성격 좋은 직원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반대로 그들은 운영 잘하고 진상부리지 않는 점주를 원할 것이고 서로의 바람은 상반되는 것 같지만 똑같다. 누가 누구에게 더 원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잘 헤아려주는 관계의 연속성이 제일 필요하다.
영업부의 일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상품 소개, 발주 독려, 매출 분석, 행사 지원, 점포 관리, 점주와의 관계 순환과 함께 회사 내 끊임없는 상황 안에서의 역할 수행도 모두 그들의 몫이니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처럼 각종 행사의 이해가 부족한 점주는 휴일도 따지지 않고 밤낮을 가리는 예의조차 없이 물어대니 싫다는 내색도 못 하고 얼마나 힘들 것인가. 갑자기 물품이라도 떨어지면 다른 점포에서 점간 이동 해 달라고 떼쓰며 매달리니 안 된다고 거절도 못 하고 여기저기 연락해 알아봐 줘야 하니 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매출 상승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 서로 토닥이며 머리 맞대고 의견 나누는 최고의 짝꿍이다. 일로 만나지만,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진정 마음으로 염려하고 격려하는 응원군이다
내 지인들은 목소리 큰 진상 점주로 악명이 높을 거라고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마음 한구석은 알아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인연 중에서 -